글쓰기 코치 글밥입니다. 초고를 다 쓰면 우선 문단 단위로 전체적인 흐름을 봐가며 퇴고를 합니다. 이때 만져야 할 부분은 각 문단의 중심 생각이 주제로 향하는지와 구성이라고 말씀드렸죠. 문단이 정리되면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문장 퇴고는 더하기(+), 빼기(-), 바꾸기(x)를 중심으로 합니다.
오늘은 빼는 날입니다. 살 빼기만큼 어려운 게 문장 다이어트인데요. 왠지 이 단어를 빼버리면 글이 허전할 거 같고, 내용 전달이 제대로 안 될 거 같은 불안이 밀려오죠.
'구인회' 창립멤버이신 이태준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다.
이태준, <문장강화>
평소 애먼 사람한테 신경질 내지 말고, 문장에게 마음껏 신경질 부려봅시다. 빼고 또 빼고 덜어내는 일. 퇴고의 8할은 불필요한 단어를 없애는 일입니다.
무엇을 빼면 좋을까요? 가독성과 뜻을 흐리는 대표 유형을 소개합니다.
없어도 되는 부사, 접속사
겹치는 표현
붉은화성(적. 화. 성)
들것
1. 액세서리 빼기
부사는 용언(동사, 형용사) 앞에 붙어서 용언을 꾸며주는 말이죠. 정말, 매우, 몹시, 너무, 가장 등이 있습니다. 접속사는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하지만, 그러므로 등이 있죠. 모두 쓸모가 있으니 태어난 말이지만 ‘반드시 이 자리에 필요한가’는 꼭 따져보기 바랍니다. 필요 없는데도 습관처럼 붙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미인이 화려한 액세서리를 얼굴이며 온몸에 치렁치렁 달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오히려 미모가 가려지겠죠. 글도 마찬가지예요. 지나친 꾸밈은 본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퇴색시킵니다.
[초고]
나는 부사가 너무 자주 나오는 글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퇴고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열심히 부사를 뺀다. 그러나 정말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사를 빼도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액세서리를 뺀 글]
나는 부사가 자주 나오는 글을 싫어한다. 퇴고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부사를 뺀다. 정말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 대부분 부사를 빼도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 부사를 뺀 아랫글이 훨씬 담백하고 잘 읽히죠? 무슨 말을 하려는 지도 쉽게 이해됩니다.
2. 겹치는 표현 빼기
초고는 보통 무의식적으로 타이핑하기 때문에 같은 의미 단어를 중복으로 쓸 때가 많습니다.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이를 신경 쓰면서 초고를 쓰면 진도가 안 나가니 단어 퇴고를 할 때 빼주면 됩니다.
그 땅은 농사를 짓기에는 토질이 나빠서,거의 쓸모가 없는 땅이라 방치됐다.
-> 그 땅은 농사를 짓기에는 토질이 나빠서 방치됐다.
우리는 남들이 잘 모르는비밀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 우리는 남들이 잘 모르는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변 모래사장 위에 2인용커플 의자가 놓여있었다.
-> 해변 모래사장 위에 커플 의자가 놓여있었다.
3. 붉은화성(적.화.성) 빼기
우리 글을 딱딱하게 만드는 한자어- 적. 화. 성-을 빼라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잊어버리지 않게 '붉은화성'으로 기억해보아요.
SNS 중독 심각한 사회적 현상으로 떠올랐다.
-> SNS 중독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는 점점 복잡화되는 추세다.
->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는 점점 복잡해지는 추세다.
그렇게 마음 졸이지 말고 대담성 있게 해 봐.
-> 그렇게 마음 졸이지 말고 대담하게 해 봐
4. 들것 빼기
이미 복수 개념이 들어간 단어 뒤에는 붙이면 중복이 되므로 복수형 접미사 ‘들’을 뺍니다. ‘~ 것’의 횟수를 줄이면 글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집니다. '들'과 '것'은 들것에 실어서 얼른 내보내세요.
영화 제작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 영화 제작진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우리들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아닌 척했다.
-> 아팠지만 아닌 척했다.
문장에서 필요 없는 군살을 걷어냈더니 어떤가요? 보다 간결하고 메시지가 또렷해졌습니다. 읽는 사람이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