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편집자가 되어 꼼꼼히 확인하자

[내.고.법 6] 팩트체크

by 글밥 김선영

글쓰기 코치 글밥입니다. 작가와 편집자는 흔히 애증 관계라고 불리죠. 편집자는 독자 시각에서 수정을 요청하지만 작가는 지나친 개입이 의도나 글맛을 훼손시킨다고 생각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더 나은 원고를 짓고자 하는 마음은 같겠지만요.


어떤 작가는 불필요한 수정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요구하는 신문사에 자신의 원고를 되돌려달라고 했답니다. 돌려받은 원고를 다른 신문사에 보냈더니 딱 한 군데만 수정했다고 해요. ‘1989년'을 ‘1990년’으로 고친 것이었죠. <블랙스완>, <안티프래질>을 쓴 유명한 사상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밝힌 경험담입니다.


아무리 글을 단정하게 다듬어도 틀린 팩트가 등장하는 순간 신뢰가 떨어집니다. 기사나 보고서는 물론이고, 에세이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글 속에 나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틀린 내용을 바로 잡는 일, 적확한 단어를 찾아 교체하는 일은 퇴고를 할 때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사항입니다.


우리에겐 편집자가 없습니다. 스스로 틀린 팩트를 잡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 틀리게 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미 ‘내가 쓴 내용은 모두 맞는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썼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단어의 맞춤법을 잘못 알고 있으면 누가 알려주기 직전까지 평생 그것을 모르고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뜻을 안다고 확신하는 단어도 가끔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기 바랍니다.


*다음 문장에 틀린 맞춤법이 있나요?

- 코로나 때문에 생일 파티는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뤘다.
- 학원에 가기 전에 친구네 집에 잠깐 들렸다가 갈 생각이다.
- 우리 엄마가 담군 김치보다 맛있는 김치를 맛본 적이 없다.

[정답은 글 마지막에]




함께해요, 팩트체크!


*다음 문장에서 어색하거나 틀린 사실이 있나요?

1. 남들은 잘 모르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게 나의 오랜 취미이다.

2. 짜장라면의 근원인 짜파게티는 영화 기생충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3. 회사에서 결혼을 앞둔 여성 채용을 꺼렸다. 그 이유는 결혼하면 임신해서 일을 도중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장을 살펴볼까요? 얼핏 보아서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명소’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세요. ‘경치나 고적 따위로 널리 잘 알려진 곳’이라고 풀이합니다. 즉, 위 문장을 다시 풀면 ‘남들은 잘 모르는 잘 알려진 곳’이라는 말로 모순이 되어버리는 거죠. 옳게 고치면,


-> 남들은 잘 모르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게 나의 오랜 취미이다.


두 번째 문장. ‘근원’이라는 명사에서 어색한 느낌이 감돕니다. 근원은 '사물이 비롯되는 근본이나 원리'라는 뜻입니다. 보다 어울리는 단어를 고민해보세요. 저는 원조, 원조격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 짜장라면의 원조인 짜파게티는 영화 기생충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세 번째 문장은 수긍이 가면서도 갸우뚱합니다. 결혼을 하면 ‘모두’ 임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임신을 했다고 ‘모두' 그만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체와 일부는 항상 구분해줘야 합니다.


-> 결혼하면 임신을 해서 일을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나 더, 팩트를 나열할 때는 동일한 범주 안에서 열거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나는 지금껏 미국, 스페인, 도쿄를 여행해봤다.

-> 나는 지금껏 미국, 스페인, 일본을 여행해봤다.

-> 나는 지금껏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 도쿄를 여행해봤다.





오늘의 한 줄:
국어사전을 들고
편집자가 되어 팩트체크하라!


다음 시간에는 내 글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안녕!



[맞춤법 정답]

치뤘다 -> 치렀다

들렸다 -> 들렀다

담구다 -> 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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