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안 본 눈' 삽니다

[내.고.법 10] 낯설게 하기

by 글밥 김선영

글쓰기 코치 글밥입니다.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서 마침내 온라인에 글을 발행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소파 팔걸이에 발을 걸치고 누워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앗 이런 오타가!’. 다들 경험 있으신가요? 희한하죠. 완벽하게 퇴고한 내 글을 폰으로 다시 보면 고칠 부분 투성이에요.


내 눈 '새로고침'하는 법


PC에서 글을 고쳤다면 커다란 모니터 화면에 눈이 적응돼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폰으로 글을 읽으면 읽는 환경이 바뀌면서 미처 못 보던 부분이 보이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쓴 글을 PC에서 넓게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온라인 시대에 퇴고는 ‘글 내용’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글을 가장 많이 읽는 공간은 스마트폰이겠죠? 그렇다면 온라인에 발행한 내 글을 읽는 독자 역시 스마트폰으로 볼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PC와 폰, 태블릿에 따라 글의 정렬이 틀어지기 때문에 블로그 글은 발행 전 미리 보기 화면을 제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단말기를 직접 바꿔서 들고 보는 것과는 또 차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글이 어떻게 보이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한 번 더 퇴고하세요. 보기 좋게 문단을 나누고 인용구를 표시하고 문장부호를 찍습니다.


PC와 모바일에서도 퇴고를 했으니 이제 끝! 이면 좋으련만. 아직 한 단계가 더 남았습니다. 종이로 출력해서 읽어야죠. 소름 끼칠 정도로 다른 글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특히 책 원고처럼 분량이 방대한 글은 반드시 종이로 읽고 다시 고쳐야 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보는 글은 스크롤하며 읽어나가죠. 글의 ‘양’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반면 종이로 출력해놓으면 글의 양(두께감), 문장의 위치(A4지 위아래, 혹은 좌우) 구성의 흐름이 직관적으로 와닿습니다. PC, 모바일과는 또 다른 실제감 있는 읽기 환경이 내 눈을 ‘새로 고침’합니다.



퇴고에도 숙성이 필요해


시간차 공격도 활용해보기 바랍니다. 퇴고를 총 세 번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하루에 다 하는 것이 아니라 3일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처럼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읽어보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뇌를 ‘새로 고침’할 시간이 필요해서입니다. 같을 글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습니다. 내가 쓴 글을 일주일 후에 다시 보고 이불 킥한 적 있으시죠? 새벽에 쓴 글은 특히 위험하다는 의미, 다 아실 테니 생략합니다.


이렇게 시간차 퇴고를 하려면 초고를 일찍 써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초고부터 너무 힘 빼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단거리 경주하지 말고 마라톤 뛰듯 글 한 편을 완성해보세요. 초고는 스타트, 퇴고는 달리고 또 달리고 하염없이 달리는 일입니다. 피니쉬 라인은 마감 날짜가 되겠죠?



오늘의 한 줄:
다양한 읽기 환경에서
시간 차를 두고 퇴고하라.



다음 시간에는 가장 중요한 퇴고 비법을 공개하며 '내 글 내가 고치는 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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