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당기고, 문장에도 리듬이 있다?

[내.고.법 9] 리듬 살리기

by 글밥 김선영

글쓰기 코치 글밥입니다. 퇴고 마무리 단계에서 문장을 섬세하게 다듬을 때 ‘리듬감’에도 신경을 써보세요. 운율을 요하는 시도 아니건만 웬 리듬이냐고요? 가독성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읽는 사람이 덜컥거리지 않고 술술 읽기 바라는 배려입니다.



문장에 리듬을 살려보자!


당장 사용하지도 못하고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이 됐다.

-> 도움이 되기는커녕 당장 사용하지도 못하고 짐이 됐다.

: ‘~고 ~녕 ~다’ 형식의 글은 ‘녕’의 받침 때문에 중간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하지만 ‘~녕 ~고~ 다’식으로 순서로 바꿔주면 앞에서 시동을 걸어주고 중간에 걸림 없이 문장이 읽힙니다.


또 다른 예문.


초콜릿이나 사탕은 이를 썩게 만든다.

-> 사탕이나 초콜릿은 이를 썩게 만든다.

: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두 문장에서 리듬의 차이가 느껴지나요?


초콜릿이나(5음절) 사탕은(3음절) vs 사탕이나(4음절) 초콜릿은(4음절)


띄어쓰기로 나누어지는 어절의 글자 수를 가능하면 맞춰주려고 신경 씁니다. 힘들이지 않고 좀 더 부드럽게 읽힙니다.



반면, 일부러 ‘잠시 멈춤’ 밀당 효과를 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음식 맛, 생김새, 매장 인테리어까지 똑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음식의 맛과 생김새까지 똑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물론’에서 한 템포 쉬어가며 생기는 리듬은 읽는 사람에게 경쾌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비슷한 연유로 단문과 복문을 섞기도 합니다. 단문만 연이어 나오면 잘 읽히기는 하나 심심하고, 복문이 연거푸 나오면 숨이 가쁘죠. 둘을 적절하게 섞어 밀고 당기며 리듬을 만들어보세요. 저희 글쓰기 모임원이 쓴 글을 좋은 예로 소개합니다.


[단문과 복문을 섞어 리듬감이 생긴 글]

남들에게 한참이나 뒤처진 것처럼 느껴졌다(단).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고, 얼른 무엇이라도 해서 쫓아가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복). 하루 종일 영상을 시청했다(단). 수첩에다 낯선 단어와 영어로 된 미래지향적이고 근사한 단어를 적는 것만으로도 내가 두 발짝은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았다(복). 성공이 눈앞에 펼쳐질 것 같았다(단).

: 글쓰기모임원 P님 글



이처럼 퇴고에 깊이 신경 쓰기 시작하면 만져야 할 부분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니 ‘퇴고를 다했다’라는 말은 이치에 어긋나는 듯합니다. ‘퇴고를 포기했다’ 정도로 정리하죠.




오늘의 한 줄:
단문과 복문을 섞어
밀당하듯 문장에 리듬을 살리자!



다음 퇴고 수업도 기대해주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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