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들꽃 deullggott



“선생님, 어차피 20만 원은 내려고 했던 거잖아.”

“어... 그렇죠...?”

“그럼 내가 20만 원만 받을 테니까 한 번 해봐요.”

“네???”

“꿈을 꿨으면 한 번쯤 도전해 봐야지.

계속한다고 하면 내가 3년까진 그것만 받을 테니까 부딪쳐봐요.”

“아무리 그래도 20만 원이면 관리비도 다 안 되는데요.”

“알아요. 보증금이랑 월세, 관리비까지 다해서 20만 원만 받을 테니까 한 번 해보라고요..”

“너무 손해 보시는 건데 제가 어떻게 하겠다고 해요.”

“어차피 선생님들한테 빌려주려고 했던 거예요. 내 맘 바뀌기 전에 얼른 계약서 씁시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도서관, 들꽃>.

그것은 너무나도 우연 같은 사건에서 시작되었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꾸었던 꿈이 그냥 이루어진 건 아니지요.

그 꿈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긴 시간이 없었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를 찾기 위해 내 속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글쓰기의 여정이 없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했을 거고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주말마다 휴일마다 찾아다녔던 열정이 없었다면 도서관은 그저 막연한 꿈으로 끝나고 말았겠죠.


퇴사하자마자 도서관 오픈 준비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서관 문이 쉽게 열린 것은 아니랍니다.

한 달은 식구들을 설득하는 데 사용했고, 보름은 도서관을 꾸미는 일로 흘러갔지요.

일주일에 5일은 문을 열겠다고 마음을 다졌지만 몸이 건강하지 못해서 3일밖에 열지 못한 주간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어요.

아침에 집을 나와 나만의 작은 도서관으로 출근하노라면 가슴이 두근거려 가방끈을 꼬옥 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도서관 밖에 있는 칠판엔 일주일에 한 번씩 시를 썼거든요.

그럴 때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꺼내어 건네주는 요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작은도서관, 들꽃>은 모두를 위한 방앗간 역할을 하였습니다.

가까운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독서 토론장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센터 선생님들이 아끼는 휴식 공간이 되기도 했어요.

또 이웃 주민들에겐 동아리의 활동 공간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고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과 더불어 소통하고 쉼을 누렸는데, 이것은 제가 꿈꾸던 도서관의 모습이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역동적인 만남의 자리가 되기도 했답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글 친구님들이 도서관을 찾아 먼 곳에서부터 직접 오기도 했거든요.

부산과 대구, 안산과 천안 등 각지로부터 경기도 북부의 그 먼 곳까지 찾아오셔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아마도 같은 꿈을 간직하고 있어서 더욱 함께하고 싶으셨을 거예요.

글과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 책방이나 도서관처럼 나만의 아지트를 갖는 설레는 꿈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 내가 아는 누군가가 실제로 작은도서관을 실제로 열었다니 얼마나 신기하고 신이 났을까요.

온라인의 세계가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펼쳐져서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의 역할을 한 셈입니다.

글과 필명으로 소통하던 분들을 직접 뵐 수 있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지요.



짐작하셨다시피 이 작은도서관은 저만을 위한 아지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을 여는 시간도 좋지만, 문을 닫고 홀로 머무는 시간은 또 다른 기쁨을 누리게 해 주었지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하고, 고민과 사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동굴이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친정아버지는‘피정避靜’의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저에게는 그야말로 딱 맞는 표현이었습니다.

(* 피정 : 일상에서 벗어나 묵상과 침묵 기도로 자신을 살피는 종교적 수련을 뜻하는 단어)

도서관을 하는 동안 일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저 잠잠히 나를 들여다보고 찾아내는 여정이 되었거든요.



이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때론 화나고 때론 가슴 뭉클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자유로웠던 이야기를 말이지요.

꿈이 있었지만 꿈을 잃었고, 잃었던 꿈을 다시 찾아 결국 이루어 낸 이야기.

포기하지 않고 내 길을 걸어가리라, 야심 찬 다짐을 선물해 준 이야기.

당당한 한 사람의 무게로 설 수 있도록 힘을 준 이야기.

마침표로 끝나지 않고 아직 쉼표로 숨 고르고 있는 이야기.

저와 같은 꿈을 꾸시는 분들이 그 꿈을 구체화하고 이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