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커피 전쟁 07화

커피 전쟁

7. 자살자들의 속출

“뉴스속보입니다.





임모씨가 자살을 했습니다.





그의 유서에는 커피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라는 메모가 써져 있었습니다.





임모씨는 소설가로 밝혀졌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고부터는 금단 현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가족들은 최근들어 그가 평소에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자주 자해를 했다고 합니다.”





오마이갓!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자살이라니. 사람들은 경악했다.





시사뉴스에서는 이 문제를 심도깊게 다루었다.





'과연 커피는 인간에게 이로운가'를 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어떤 이들은 그의 죽음에 커피가 직접적으로 관여된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의 우울증이 그가 자살을 한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커피 단종은 그의 자살을 거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살을 한 임모씨는 사실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었다.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애매한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키치 프레이즈를 건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임모씨는 그 글쓰기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였다.





그가 가끔 출간 제의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출간 제의가 중간에서 엎어진 적도 몇 번 있었다.





처음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 임모씨는 하늘로 날아갈듯이 기뻐했다.





'드디어,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구나!' 그는 생각했다.





매일 돈도 없으면서 작업을 하기 위해 별다방을 마치 쥐가 쥐구멍을 드나들듯이 드나들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에게 별다방이란 마치 '성지'와 같은 그런 곳이었다.





그의 일상이란 매일 아침 동네 스타벅스에 출근해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소설을 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그가 돈을 버는 수단은 동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는 영어학원 강사였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가지고 그는 근근히 살아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언젠가 자신이 소설가로 빛을 볼 거라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만큼 그는 글쓰는 일에 진심이었다.





그런 그에게 사이트를 통해 출간 제의가 들어오다니!





그가 하늘을 날 듯이 기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마이갓! 오마이갓!





'작가님을 저희 출판사에 모시고 싶습니다!'





메일은 정중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온통 찬양 일색이었다.





그의 소설이 너무나 재미있고 기승전결이 완벽하다면서.





약간, 임모씨가 고개를 갸우뚱한 것은 다음 문장에서였다.





'특히 성관계를 묘사한 장면이 너무나 디테일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라는 문장.





거기서 임모씨는 메일을 닫았어야 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간택되었다는 그 즐거움이 임모씨가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는 당한 것이었다.





삼류 출판사에.





그 출판사에서 임모씨에게 요구한 것은 그의 소설을 죄다 뜯어고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선정적으로.





노골적인 성관계 장면을 다루는 쪽으로 말이다.





오마이갓!





그러면서도 그들은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나중에, 책이 출간되면 주겠다면서 그들은 돈을 지급하는 것을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원래 그들은 임모씨에게 돈을 지급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임모씨는 바보같이 그 작업에 매달렸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을 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윤색하였다.





바보같은 사람.





"오, 드디어 이제 출간만 남았습니다.





작가님 축하드려요!"





출판사 오대표의 말을 들을 때까지 그는 밤낮으로 그의 소설을 다듬는 데 집중했다.





수업 준비는 전혀 하지 않고 말이다.





그러자 학원에서 슬슬 컴플레인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늘 눈이 벌개진 채로 학원에 출근해서 그야말로 대충 아이들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소설' 생각밖에 없었다.





마감까지는 겨우 한 달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일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어느 밤.





학원 원장이 그를 호출했다.





불길한 예감이 그를 덮쳤다.





"임선생. 미안하지만 이번 달까지만 우리 학원에서 일해줘야 하겠소.





임선생이 맡은 아이들 시험 성적이 시원치가 않다고 학부모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걸려왔소.





내 그 모든 걸 다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미안하게 되었소."





임모씨는 과연 이 사실은 안타까워 했을까?





아니었다.





사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야 맘 편히 소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군.'





이게 솔직한 임모씨의 당시 마음이었다.





'난 이제 소설가라고. 영어 강사 나부랭이가 아니야.





너희들은 내 소설을 서점에서 보게 될 거야.'





이제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별다방에 상주하면서 마치 수험생이 수능을 준비하듯이 글을 써대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 방향이 아니야. 임작가."





열심히 글을 써서 내면 오대표는 늘 이 말을 했다.





개새끼.





"그럼 어떻게 고칠까요?"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초기의 그 팔팔하던 패기가 소설에서 사라졌나.





이건 삼류 소설에 불과해!"





양아치 같은 오대표.





사실 그는 이제 임 모씨의 재능에 회의를 느끼고 발을 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임 모씨는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오대표의 마음에 들때까지.





하지만 오대표는 그가 발버둥칠수록 그를 멀리했다.





임모씨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점차 많아졌다.





이런 개새끼!





임모씨는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소설가로 데뷔시켜 주겠다는데,





하고 생각하는 바보같은 사람이 임모씨였던 것이다.





안 돼!





"아무래도 우리와 임 작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소."





오랜만에 걸려온 오 대표의 전화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소리쳤다.





드디어.





세 글자.





개자식.





이런 개자식아!





하지만 계약서도 없이 시작한 그의 작업이 보상을 받을 길은 요원했다.





그래서,





그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매일같이 드나들던 별다방의 커피를 마지막으로 마시고.





그는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뉴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임모씨의 자살을 필두로 여기저기서 자살 소식이 빗발쳤다.





“커피숍 사장 이모씨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습니다. 커피 만드는 것밖에 몰랐던 이모씨는 갑자기 몇 년사이에 커피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끝내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커피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의 옆에는 에디오피아 커피로 추정되는 커피잔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유서에는 내 추모일에 커피 한 잔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라고 시작되는 장문의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그의 가족은 모두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 앵커는 건조하게 뉴스를 전했다.





그랬다.





커피업계 종사자들, 바리스타들은 모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점차 커피콩은 구할 수도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아프리카 커피는 냉해를 입고, 브라질에서는 산불로 커피 농장이 타버리고





그나마 커피콩은 김재팔 박사의 국산 커피에서 구하는 게 최선이었다. 인기 없는 김재팔 박사의 국내산 커피. 향미와 산미가 떨어지는 김재팔 박사의 국산 커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국산 커피를 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말 다 했지. 국내 커피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이걸로 충분히 설명이 될 거라 믿는다.





베트남 커피.





그래. 아직은 베트남 커피가 남아 있었다. 베트남 커피는 맛이 떨어져 단독이 아닌 블렌딩 커피 원료, 혹은 인스턴트 커피 원료로 쓰이고 있었지만 이제는 이 커피를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에 넣고 내려서 팔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워낙 단가가 비싸져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실정이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커피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등을 돌렸다.





세배로 뛴 값을 주고 산 커피 맛이 맘에 들지 않은 것이다.





동네 커피숍의 단골이었던 커피 애호가들이 어떻게서든지 스페셜티 커피를 구하려고 전국을 여행하는 지경에 동네 커피숍들은 생활고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급기야 커피업계 종사자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 커피소상공인들 죽어나간다’





그들은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소리쳤다. 광화문에서. 정부 청사 앞에서. 청와대에서.





결국 커피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금이 지급되기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 액수를 놓고서도 국회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고 소상공인들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지원금에 만족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keyword
이전 06화커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