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니요)
쓰레기 없이 살기, 제로웨이스트챌린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챌린지였다. 그럼에도 이 시대 곳곳을 살아가는 33명의 젊은이는 왜 '이 시국'에도 온라인으로 모여 '쓰레기 없이 살기'에 도전했을까? 담담한 실패기를 적어본다.
쓰레기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니요)
숨을 들이내쉴 때마다 뺨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마스크, 술에 취한 친구보다도 더 무겁게 내 어깨에 매달린 부표 쓰레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더 이상 주워 담을 수 없이 꽉 찬 내 쓰레기 주머니.
작년 한 해, 바닷가를 거닐며 쓰레기를 많이 주웠다. 여행 중 밤 바닷가를 산책하면서도 주웠고, 사람들을 모아 쓰레기가 많이 모인 장소를 특정해두고 함께 주으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마스크를 끼고 내 몸무게보다 무거운 해양 쓰레기를 끌어내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렇게 점점 바닷가에서 멀어졌다.
자려고 누운 천장에서 파도가 철썩이며 쓰레기가 해안가로 밀려오는 게 보이는 듯했다. 배달음식 쓰레기로 순식간에 차오르는 회사 쓰레기통도 위태로워 보였다. 코로나 19 시대의 바닷가는 어떨지 불 보듯, 아니 파도에 밀려오는 스티로폼 조각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시셰퍼드코리아는 '역해변청소'를 생각해냈다. '해변청소'를 하러 갈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해변청소'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쓰레기를 치우는 가장 좋은 방법,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시셰퍼드코리아는 2021년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 7일 간 #제로웨이스트챌린지 에 도전할 사람들을 모았고, 33명은 그렇게 일상 속에서 #역해변청소 를 시작했다.
7일의 도전, 쓰레기 없이 살기
제로웨이스트, 역해변청소 하는 법은 간단하다.
1. 쓰레기를 절대 만들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2. 그래도 나오는 쓰레기가 있다면 매일 사진으로 찍어 잘 공유한다.
3. 매일 혹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쓰레기 없이 살기 위한 노력을 기록한다.
4. 궁극적으로 쓰레기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같이 고민하고 행동한다.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손수건 챙기기, 음식 포장을 할 땐 다회용기 가져가 직접 포장해오기, 소량 포장된 제품 소비하지 않기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실천했지만, 쓰레기는 여전히 일상 곳곳에서 나를 놀리듯 따라다녔다. 쓰레기라고 인식도 하지 못해 사진을 찍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다가, '어! 이것도 쓰레긴데!' 하던 순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유산균 등 건강식품이 소분된 약봉지, 카드 결제할 때마다 나오는 영수증 등. '이게 쓰레기구나'라고 인식을 할 틈도 없이 버려지고 있었다.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우리는 절대 쓰레기 없는 삶을 살 수 없다. 어쩌면 '이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말은 생각하는 것보다 덜 모욕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오늘날 쓰레기는 우리 삶 그 자체니까.
그럼에도, 33명의 7일간 제로웨이스트 도전은 강력했다. 저마다의 고민, 좌절, 그럼에도 계속되는 도전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스스로를 만들었을 테다. 깐깐하게 요구하고,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에 500년 간 썩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하나라도 덜 나왔을 테다. 33명의 주변인은 '제로웨이스트? 뭘 그렇게까지 해,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잖아'라고 하면서도, 쉽게 버리던 쓰레기와 눈을 한 번은 마주쳤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출렁이는 파도 위 쓰레기는 넘실대며 사방에서 우리 목을 조아 온다. 그래서 우리는 명백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오늘도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