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와 모두의 기후 정치 | 청소년기후행동
나는 매일 같이 다이어트 실패하듯, 매일 같이 채식에 실패해도 괜찮은 거라고. 매일 도전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라고 말하던 낙관적인 환경운동가였다. 심지어 제로웨이스트를 주창하면서 네일아트까지 꼬박꼬박 받기도 했다. 아니, 누가 그 심각성을 모르나? 극단적으로 하다 보면 뭐든 실패하기 마련이니까, 전략적으로 많은 대중을 어우르고 달래기에는 '극단적인 환경운동'은 통하지 않는다니까, 참. 그런 내가 다시 한번 무너졌고, 다시 한번 식욕을 잃었다.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숨으려던 내 낙관과 회피를 지워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를 보고 왔다.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미안하고 민망해서, 그리고 고마워서. 또 이렇게 고마워하는 게 참 민망해서.
한때 내 노트북 배경화면은 그레타 툰베리였다. 환경을 위해 직접 행동하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그레타 툰베리를 꽤나 잘 안다고 생각했다.
-2003년생 학생.
-전 세계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시위, 행진의 시작이 된 아이코닉한 인물.
-기후위기를 공부하며 절망에 빠졌고, 일런 머스크가 앓고 있다고 알려진 '아스퍼거 증후군'을 비롯한 기후 우울증, 강박 장애 등이 있을 정도로 환경 문제에 몰두하는 인물.
-학교를 빠지는 결석 시위를 처음 시도한 인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인물. 그레타 툰베리.
쏟아지는 카메라의 시선을 받으며, 단상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How Dare You'를 외치는 15살 그레타 툰베리.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하는 그 심정은 어땠을까. 정치인과 아무리 두 손 잡고 외치고, 무수히 많은 인증샷과 셀카를 찍혀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이 현실을 마주하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영화 <그레타 툰베리>에서는 그가 연설에서 자주 입는 '분홍색 상의'를 집어 입기 전까지, 아빠와 투닥대며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얘기하는, '평범한' 모습도 나온다. 15살의 그는 스스로 '눈엣가시'가 되겠다며 자처했다.
눈엣가시처럼 굴면서 바뀔 때까지 행동합시다.
당신들이 책임감도 없는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기에, 이제는 우리가 나선 겁니다. 우리가 나서서 당신들이 어지럽힌 것들을 치우려는 겁니다. 그게 끝날 때까지 우린 멈추지 않을 겁니다.
You're acting like spoiled irresponsible children. We have started to clean up your mess and we will not stop until we are done.
2018년, 15살이었던 툰베리는 학교에 가지 않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위기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하는 학생에 언론은 집중했다. 툰베리의 영향력은 언론의 보도를 타고 곧 전 세계로 퍼졌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에도 수많은 그레타 툰베리들이 나타났다. 130여 개 나라에서 많은 학생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결석 시위를 이어갔다. 2019년 9월 28일에는 전 세계 7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레타 툰베리를 응원하러 온 사람들은 그레타의 등장에 환호하며 이렇게 말한다.
They're here for you! 이 사람들이 다 널 위해서 모였어!
그러자 툰베리는 이렇게 답했다.
No, They're here for themselves, for everyone. 아냐, 그들은 자신을 위해, 모두를 위해 여기에 온 거야.
중간에 툰베리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거나, 로마 교황을 만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나는 부끄럽게도 사실 조금 감탄했다. 기후 행동가로서 저런 사람들까지 만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유명세만 있으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배우 제인 폰다는 10대와 함께 시위하며 체포되는 퍼포먼스를 매주 보이고, 조커를 연기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서서 호주 산불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레타 툰베리를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라고 꼽았다. 그들이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나는 세상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툰베리가 보기에는 '위기'의 상황에 '즉각적인 변화'가 아닌 모든 것은 의미가 없었다.
궁전이나 성 같은 곳을 가면, 마음이 불편해요. 롤 플레잉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가짜 같아.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때때로, 또 자주 국제사회에서 펼쳐지는 여러 '녹색', '환경', '지속가능성' 행사에 초청받아 함께 했다. 2018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 2018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 참석해서 발언을 하고 자리에 앉은 툰베리는, 이내 헤드셋을 벗어 버렸다. "대체 저를 왜 초대했는지 이해가 안 돼요"하며 절망스러워했다. 그가 원하는 건 유명세가 아니라, 기후 정의와 살아있는 지구였다.
But I don’t care about being popular, I care about climate justice and the living planet.
15살 학생이 스스로 기꺼이 세상의 눈엣가시가 되기로 결심했을 만큼,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다. 근데 우린 뭘 하고 있나. 아니, 나는 뭘 하고 있나. 일주일에 고작 몇 끼 채식을 한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에 참석하고, 깨작깨작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고, 그걸로 되나? 평소의 나는 '그걸로도 충분하다'라며 사람들을 북돋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우울과 무기력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노력했겠지만, 영화 <그레타 툰베리>를 보고서는 차마 낙관할 수 없었다. 낙관하기에는, 아직 내가 간절히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티백을 찻잎으로 바꾸고, 주에 한 번 채식하는 거라면 위기라고도 안 해요.
그레타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청소년기후행동,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 서명하기에 함께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레타를 보며 박수 치고 환호하지만, 그레타 혼자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으니까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레타와 청기행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모두의 기후정치'를 함께 요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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