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귀환

부모 노릇은 어렵다

by 봄날

J는 재수생이다.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잖아,라고 나 자신을 세뇌 중이다.

중, 고등학교 내내 J의 핸드폰 사용, 피시방 출입 등에 대해서 입씨름을 해 왔다. 재수를 결심한 이후에도 몇 번이나 이 문제로 인해 언쟁을 벌인 끝에, 재수 종합 기숙학원에 입소를 했다. 처음 한동안 나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 마냥 애달파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더 이상 아이의 공부 문제로 싸우지 않아도 되니 조금 편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학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J 어머님, J가 정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데리러 오셔야겠어요."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를 이런 상황에 써도 될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네? 무슨 일로요?"

학원에서 벌점제도를 시행하는데 J의 누적점수가 40점을 넘어 정학 처분이라는 것이다. 태블릿을 인강 듣는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횟수가 2번, 숙소의 다른 방에 방문한 횟수가 2번으로 40점을 채웠다는 설명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규칙을 어긴 것은 명백히 J의 잘못이다. 그러나 그런 잘못들을 훈화하고 지도해서 공부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학원에 맡긴 것이 아닌가. 무려 내 월급을 고스란히 들여가면서 보낸 학원이 아닌가.


침착하자,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대화를 나눠보자.

"J가 규칙을 여러 번 어긴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벌을 주시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희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집에서 아이를 관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혹여 아이가 집에 와서 다시 게임에 빠져 지낼까 걱정이 앞서는데요."

"어머니 말씀도 이해는 되지만, 어디까지나 규칙은 규칙이라서요. 예외를 둘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어졌다. 심장이 두근거려 목소리까지 떨려 나왔다.

"벌점이 그렇게 쌓일 동안 학부모에게 연락 한번 없었던 학원 측의 과실도 있지 않나요? 한 번 더 고려를 부탁드려요."

"학원의 잘못은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역시나 예외를 둘 수는 없어서..."

서로의 입장 차만 반복해서 확인하다가 밤을 맞이하고, 다음 날 다시 통화하면서 새로운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럼 아이가 정학 기간을 거치고 학원에 돌아가면, 그동안의 벌점은 상쇄되나요?"

"아니요. 그대로 유지됩니다. J가 어제 자습시간이 10분이 지나도록 입실하지 않아 5점이 더해졌으니, 이제 5점을 더 받으면 퇴학처분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믿을 수 있겠는가? 바로 전날 정학 처분 연락을 받았는데, 하룻밤 사이에 추가로 벌점을 받았고, 다시 한번만 규칙을 어기면 학원에서 쫓겨날 예정이란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말이다.

"그치만... 그러면, 한 번만 더 규칙을 어기면 퇴학이란 얘긴데, 저희는 불안해서 어떻게 다시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있을까요?"

"그야... 규칙을 잘 지키면 될 일입니다. 공부만 하면 되는 거죠."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 듯, 내 마음은 급격히 쭈그러들었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세상은 이토록 냉정하구나,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상황을 고려해주는 것이 당연했던 내 가치관은 학교 안에서만 통하는 것이었구나,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도 끊임없이 세상을 배운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J야, 넌 어때? 마음이 불편하진 않아?"

"...... 미안해요."

고개를 푹 수그린 아이의 어깨 위로, 무심히 내려 앉은 햇살에 눈이 시리다.

"괜찮아. 실수할 수 있지. 다음에는 더 노력하자."

만 열아홉, 입시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아직은 흔들릴 수 있는 나이, 그래 그럴 수 있지, 중얼거려본다.


최근에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내게 물었다. 언제쯤 이토록 힘든 육아가 끝나냐고. 초등학생만 되어도 조금 낫다며 힘내라고 대답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말을 물러야 할 듯 하다. 열여덟, 열아홉이 되어도 부모 노릇은 여전히 어렵다고 하면 그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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