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운 날

환한 얼굴로 인사

by 봄날

“우와~ 엄마다~”

아이의 명랑한 목소리. 진심으로 나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환한 얼굴. 나는 진흙 속에 숨어 있다가 아이에게 새로이 발견된 보물이라도 된 마냥, 날아오를 듯 기분이 좋아진다. J가 기숙학원에서 한 달 만에 휴가를 나온 날의 풍경.


주말 동안 아이와 영화도 보고, 맛난 음식도 해 먹고, 느릿느릿 이야기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늘은 J가 학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출근 전에 아침 설거지를 해 놓고 가려고 싱크대 앞에 섰는데 뒤에서 다가와 백 허그를 하며 아침 인사를 한다. 다정한 녀석, 이전에도 종종 그렇게 나를 안아주던 녀석이었음을 기억해낸다.


“엄마, 출근할 시간 되지 않았어요? 내가 마저 할게요.”

J의 말에 울컥,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벅차올라 잠깐 큰 숨을 내쉬었다.

“아유, 착한 우리 아들~ 고마워~”

뒤 돌아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이는데, 아이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엄마 퇴근하고 오면 없겠네? 잊은 것 없이 잘 챙겨가고, 밥도 챙겨 먹고, 들어가서 불편하고 힘든 점이 많겠지만 열심히 하고, 밥 잘 먹고,.....”

끝도 없는 당부의 말들을 늘어놓으며 집을 나서는데, 현관문 앞에서 아이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한다.

“엄마 잘 다녀와요.”

“응, 너도, 건강 챙기고, 아프지 말고.”

“응, 엄마도, 건강 챙기고, 아프지 말고.”

그 말이 뭐라고, 문을 닫고 돌아서며 눈물이 핑글 돈다. 나 참 왜 이러니, 혼잣말로 부끄러움을 삭인다.

“엄마, 나 역에 도착했어요. 이제 좀 있으면 버스 타요.”

“그래, J야. 근데 낮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드렸어? 엄마가 바빠서 잊어버렸네.”

주말 저녁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 일이 우리 집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다. 이번 주말에는 J를 챙기느라 깜빡하고 전화를 못 드린 탓에, 학원으로 돌아가기 전에 전화드렸냐고 물어본 것이다.

“그럼요. 아까 통화했어요.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휴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고 인사했어요.”

“아구, 예뻐라. 우리 아들이 엄마보다 낫네. 잘했어. 잘 다녀와.”

“네. 사랑해요.”


J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부모님께 주말에 하지 못한 영상통화를 건다.

“엄마, 저녁은 드셨어요?”

“하마, 벌써 먹었지. 니는? 인제 퇴근했나?”

“네, 아까 좀 전에 왔어요. J가 이제 학원 들어간다고 전화 왔네요.”

“그래, 아까 통화했다 아이가. 아가 착해가지고, 우리한테도 전화했더라.”


잠시 엄마의 이마만 한가득 화면을 채우더니, 부모님의 얼굴이 화면에서 왔다 갔다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다가, 또 울컥 눈에 물기가 차오른다.

“엄마, 엄마 얼굴이 잘 안 보여요.”

“아이고, 다 늙은 얼굴 보면 뭐하것노. 너거 얼굴만 잘 보이면 된다.”

“....”

“J 보내 놓고 또 심난해하지 말고, 이제 다 컸는데 뭐 걱정하노.”

내 표정만 봐도 다 아시는 부모님께, 나는 환히 웃어 보인다.

그 옛날 내가 집을 나와 독립하던 무렵의 우리 부모님 마음이 이랬을까, 이토록 아프고 쓸쓸한 마음이셨을까, 속으로 생각하며 환히, 더 크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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