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튀는 순간

학교 이야기

by 봄날

- 선생님, 준성이가 기절했어요!

- 뭐? 어쩌다가?

옆 반 선생님이 다급하게 보건실로 뛰어가시고, 교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수업종이 울리고 모두들 궁금하고 걱정스런 맘을 뒤로 하고 교실로 흩어졌다.


- 야! 너 방금 뭐라 그랬냐?

- 찢어 보라고, 할 수 있으면 찢어봐!

- 너, 후회 안하지? 지금이라도 그 말 취소 안하면 진짜 찢는다.

- 찢어봐, 찢어 보라구!

준성이는 민우의 화학책을 두 조각으로 나누어 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책이 부욱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순간, 민우의 두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준성이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대자로 쓰러졌다.

민우는 준성이를 발로 툭툭 건드려보다가, 에이, 또 장난치네,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이들의 진술서를 읽고 눈앞에 상황이 그려졌다.

잔뜩 겁을 먹고 어깨를 움츠린 아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는 민우는 평소에 누구보다 예의가 바르고, 의젓하고,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우리 반 반장이다.

- 민우야, 왜 그랬어?

- 책을 진짜로 찢어버릴 줄은 몰랐어요.

- 너가 찢어보라고 약을 올렸다던데?

- 그래도 책이 찢어지는 순간 너무 화가 났어요.

- 그런다고 친구한테 헤드락을 걸어서 넘어뜨려? 교실바닥이 단단한 돌이라는 걸 몰라서?

- 선생님, 준성이는 괜찮을까요? 전 누워서 장난치는 줄 만 알았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눈과 나의 눈이 허공에서 얽힌다. 이를 어쩌면 좋으니, 순간의 실수가 너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정말 몰랐니, 라고 힐난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다.

- 일단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 중이라니까, 기다려 보자. 네 과격한 행동에 대해 반성은 해야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말하는 와중에 나도 울컥 목이 메인다.


주말이 지나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아이는 다행히 무사히 등교를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2주 뒤에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준성이의 부모는 화가 많이 나서 학교를 찾아왔다. 준성이 엄마는 아이들의 과격한 장난으로 준성이의 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 겁이 나고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닥에 쓰러진 준성이를 내버려두고 민우가 나가버린 일에 분개하고 있었다. 평소 집에도 놀러 오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준성이의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했다.

나는 준성이 엄마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되면서도, 민우가 나쁜 마음으로 준성이를 버려두고 나간 것이 아님을 변호했다. 그리고 민우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읍소를 해야 했다.


며칠 뒤 학년부장님의 중재로 두 아이를 함께 부르는 자리를 마련했다. 준성이는 민우에게 섭섭하고 화나는 점을 이야기하고, 민우는 잔뜩 의기소침하여 준성이를 바로 보지 못하며, 사과의 말을 했다. 진심이 오고 갔지만, 준성이는 아직도 추가 검사 결과가 무섭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고.


친구들과 웃고 농담도 잘 하던 민우는 며칠째 교실 한구석에서 조용히 앉아만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아리다. 한참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아이들을 교실에만 가두어 두고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바꿀 수도 없는 현실을 혼자 탓해 본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