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사랑한 후 마주한 세계 (4)
날이 선선해지고 푸르렀던 풍경이 조금씩 붉게 물든다. 여름의 나무들이 마냥 밝고 당당히 초록을 내비치는 모습이 나를 덩달아 자신감에 차게 하더니, 자의식이 점점 과해지고 무얼해도 여유없이 집착하는 모양이 여름의 더위처럼 슬슬 짜증나던 즈음,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 찾아 왔다. 초록 사이로 빼꼼빼꼼 드러내는 붉은기가 다 나은 상처 위로 피어나는 성숙함처럼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도, 얼마 안 가 순수한 초록을 모두 덮어 없앨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가을만이, 빨주노 색의 붉음만이 줄 수 있는 그 애틋함, 그건 사람들을 홀린다. 감성에 젖고 화려함에 흠뻑 빠진다. 그러는 새에 붉음은 금방 사라지고 모두 민둥산으로 변해 있다. 오래 있지도 않을거면서 왜 푸르름을 덮는지, 밉다가도 편안하다가도 애틋하다가도 다양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가을의 감성이 참 좋다.
내가 이 색 저 색을 살피고 아름다움에 감명받는 때, 요거트는 냄새맡기에 정신이 없다. 이 냄새 저냄새, 특히 강아지 오줌냄새. 내 감성을 모두 깨뜨리는 그 정신없는 모습이 너무 웃기다. 너, 다른 냄새도 향기도 맡고 있지? 꽃 냄새도 풀 냄새도 맡으라고 여기 데려 왔잖아. 스치는 바람의 감촉도 잘 느끼고 있는거지? 설마 다른 강아지 오줌냄새만 맡는건 아니지..? 우리가 주로 시각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요거트는 후각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걸까? 하기야 추함을 모르는 너에게 아름다움 같은건 필요가 없겠지. 이 모든 것이 너에겐 이미 아름다움일테니까. 그래도 때론 사랑하는 너랑 같은 걸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별 것도 아닌 외출에도 그리 행복한 미소를 짓는지, 간 곳에 또 가고 또 가도 매일이 새롭고 짜릿한지 너의 느낌을 나도 한번 쯤 경험해 보고 싶어. 작은 것에도 행복해해주는 네게 참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