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육아
생각보다 잘 맞네
최근 새로운 모임에 가게 되었다. 무릇 새로운 모임에는 돌아가면서 하는 자기소개는 필수이니,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한 사람씩 자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과 나이는 이렇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주부입니다.”
“네?”
어떤 형님께서 잘 못 들었다는 듯 되물으셨다.
“주부요. 가정 주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성인 남성이, 그것도 30대가 주부를 하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나 보다. 나는 16개월이 된 딸 한 명이 있고, 지금 딸을 돌보고 있으며 아내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소개를 이어갔다. 소개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니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 타임이 되었다.
“밥 해주고, 치우고, 케어하는 것들은 잘 맞아요?”
두 자녀를 키우고 있던 한 여성께서 물어오셨다.
“네,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나는 아이 키울 때 너무 힘들었거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문득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누군가에게는 힘들고 괴로울 수도 있는 육아가 내게는 잘 맞는 것 같았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는 지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행스럽고 감사한 상황이었을 수 있겠다.
“당신이 아이를 잘 돌봐줘서 안심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며칠 전 아내가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아내에게도 이 상황이 감사할 것 같았다.
자기소개를 해보고 나니 알겠다. 아, 나 육아하는 거 좋아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PS : 그림은 내가 그린 김 먹는 김 OO이다. 미안, 아가야. 다음엔 더 잘 그려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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