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도씨 May 12. 2023

베이스 같은 너의 미소를 생각하며

육아 일상


베이스 같은 너의 미소를 생각하며


아이의 미소를 보고 있자면, 나의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움직이는 고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잠깐의 쾌락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재미 같은 것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것들이 가지고 있는 파동이 고주파같이 짧게 내 안을 휘젓고 지나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반대로 이것은 천천히 나의 인생 속에서 저음으로 울리는 곡조가 되어 지금을 연주하고 괴롭고 지쳤던 과거를 달래주며 나의 인격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만약 아이가 내 삶에 없었다면 아마 비교대상이 없어 나는 여전히 강렬하고 폭풍 같은 즐거움이, 그러니까 나를 위해 찾아다녔을 기쁨들이 내 인생을 채우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의 미소를 위해서라면, 내일과 그 너머 아이가 마주치게 될 기쁨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미 나의 인생은 더 채울 게 없으리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오늘 아침, 아이는 5시 30분에 일어나 부모를 찾았다. 물을 달라고 청하는 아이에게 한 컵의 물을 건네고, 책을 읽어주고, 먹을 것들을 챙겨서 주었다. 여기저기 아이가 흘린 물과 음식 조각들을 치우는데, 아침부터 뽀로로를 보고 싶다고 아이가 울며 보챘다. 세상 서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는 아이에게 못 이겨 TV를 켜줬다. 어느새 아이는 구석진 곳으로 숨어서 응가를 하다가 힘이 들었는지 다시 괴로운 신음을 냈고, 나는 아이를 안고 다독거리며 배를 살살 만져주었다. 아이의 변을 치우고 닦아주면서 생각했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 너로 인해 엄마 아빠의 인생은 이제 괜찮을 것 같다.


아이가 계속해서 미소를 지켜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그것이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사명일 것이다.


이전 24화 생각보다 잘 맞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