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두 달이 넘도록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거의 세 달이 되어가려 했다. 중이염 때문이었다. 콧물도, 기침도 멈추지 않았다. 좀 그쳐야 중이염이 나을텐데…나을 때가 되면 새로운 감기가 들어왔고, 병은 차도가 없었다.
소아과는 전쟁터다. 오픈런을 위해 분과 초를 세며 예약을 해야한다. 조금만 지체되도 1시간은 대기해야 한다. 대기도 대기지만, 병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리고 무서워하는 아이를 달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르고 달래다 진료를 보고, 약국에 가서 약을 타고 나와, 길고 긴 거리를 유모차까지 끓고 집에 도착하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
컨디션이 안 좋은 아이를 케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도 몸이 안 좋으니 짜증을 부린다. 그 상태가 두달이 넘어가고 있으니,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인근 소아과가 아닌 좀 더 먼 병원으로 가자.
소아과보다 조금 더 차가운 분위기의 병원에서 아이는 많이 긴장했다. 그래도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어린이도 치료를 해보신 경험이 있으셨는지 잘 봐주셨고, 나에게 특단의 대책을 내리셨다. 바로 외출 금지. 외출에는 어린이집도 포함됐다.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감기를 얻어오니 회복이 안 될 수 밖에. 자그만치 2주동안 나와 아이는 집에만 있어야 했다.
종일 아이와 붙어있는 날들이 시작됐다. 아이는 몸도 힘든데, 집에만 있는게 답답했는지 더 많은 짜증과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들을 보였다. 내가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들을 하기도 했다. 외출을 좋아하는 아이가 집에만 있으니 참 답답했을 것이다. 외출금지라는 것을 잘 이해도 못할테니 더 그랬을 것 같다.
깨어있는 모든 시간, 아빠와 좁은 집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아이의 투정은 심해지지, 케어는 해야하지, 쉴 시간과 공간은 없지…점점 나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점점 더 쉽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예민해졌고, 분노를 삼켰고, 한숨이 늘었다. 놀아달라고 보채는 아이에게 건성건성 대답하며 TV를 켜주는 날 보면서, 많이 지쳤구나 느꼈다.
노력이 통하였는지 아이의 건강이 좋아졌고, 어린이집에 다시 보낼 수 있었다.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고, 여유를 가지고 샤워를 했으며 치우고 싶었던 집안 일을 해결했다. 그리고 마음 편한 낮잠을 취했다. 오랜만에 마음을 놓고.
잠시간의 여유가 나를 회복시켰다. 사라졌던 웃음기가 돌아왔고, 쩌들었던 것이 개운해졌다. 하원 시간이 되어 아이를 집에 데려왔다. 나는 아이에게 보고 싶었다고, 하루 잘 지냈냐고 말했다. 그리곤 조만간 공원에 놀러가자고, 어쩌면 엄마와 함께 소풍을 가자고도 건넸다. 아이는 신났는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나도 덩달아 기뻐졌다. 사라진 시간이 돌아온 것 같았다.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자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부모가 되어 자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어쩌면 아이가 부모 보다 앞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 알게 되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의 필요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질 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모 자신을 위해 한 걸음 내딛어야 할 순간도 있어야 함을.
내가 잘 살아있을 때, 내가 잘 서있을 때, 아이의 행복한 하루를 지켜줄 수 있다. 앞으로는 너무 지치지 않기 위해, 나를 잘 돌보아야 겠다.
스스로 너무 힘들고, 지친 당신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조금 너그럽게 대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