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의 무게에 짓눌리고 싶지 않아서. 끝없을 고통과 괴로움을 견뎌내야 할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아서.
오래전부터 우울과 불안을 겪어왔다. 사람들 앞에서 실실 웃으며 지내는 나를 두고 사람들은 그런줄 잘 모를 것이다. 나도 내가 왜 이런 것들을 짐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인생에서 내칠 수 없는 동반자 같은 녀석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어느날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 4시, 나의 삶이 무너질 것 같은 압박감이 침대 위에 홀로 누워있는 나를 엄습했다. 나의 인생이 끝난 것 같은 느낌에 식은 땀이 흘렀다. 생각을 멈추고 싶었다. 멈춰라. 멈춰라. 멈춘다는 생각과 불안한 생각이 머릿통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언제 내일이 밝아 올까. 그런데 내일은 내일 또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기쁨은 분명히 있을 테지만, 떠올리려야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간절히 찾고 싶은 마음도 증발해버리면, 일말의 빛줄기도 쇄하여 지면, 외면하고 숨겨왔던 파괴적인 생각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일상의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환상에 붙들려본 적도 있다. 그런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삶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 밤, 또다시 삶이 뿌리째 흔들린다면? 혼란 끝에 간신히 맞이한 내일, 또 인생이 위협받는다면? 마음이 너덜너덜해진다. 넝마가 된 심장을 가슴에 품는다고 그 고동이 힘차게 뛸 수 있겠는가. 내일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상이 병들어간다. 마음이 병들어간다.
모든 생각들이 현실에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걱정을 한다고 일이 막아지지도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응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게 내 마음에 댐을 쌓는다. 감당할 만큼만의 걱정만 흘려보내려고. 그러다가 가끔 폭우가 내리고 홍수가 발생하면 댐에 금이가고, 한 순간 모든 불안이 터져 나오면 불어난 물에 숨이 막혀 움직이지 못한다.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까. 웃을 자격이 있습니까. 계속 나아갈 자격이 있습니까. 누구도 내게 자격을 운운한 적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자격을 묻는 목소리가 내 안에는 있어왔다. 그리고 질문을 들은 판결자의 동일한 답변이 선고된다. ”자격 없음. “ 나는 선고된 말을 곱씹으면서 가라앉는다. 깊이. 더 깊이.
이 불안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있기는 할까. 아마 살아있는 동안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그 끝이 없는 흐름을 견디고 건너간다. 천천히. 분명히. 아직 살아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