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베스트프렌드가 있으십니까?

시야를 차단하지 마십시오.

by chul

갑자기 생각나서 쓰는 인간관계 글.

인간관계는 어렵다. 교복 입던 때야 다 같이 수준도 비슷하고 생각도 비슷하지만 성인이 되면 달라진다. 그래서 나 또한 20대 초반에 학생 때의 친구들과 대판 싸우거나 멀어지고 20대 후반(정부가 만 나이 도입해서 다시 중반)이 된 지금, 고향보다는 서울에 친구가 훨씬 많다.


요즘 유행하는 보고의 정석인 두괄식으로 결론 먼저 이야기하자면. 오늘은 베스트프렌드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단짝을 만들지 말란 게 아니다. 나의 인간관계라는 세계를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면 모두가 망한다는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지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 파동이 맞는다. 이건 기적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친한 친구들도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과 그들이 나를 좋아하는 밀도나 방향이 다름을 인정하려고 한다. 실감할 때마다 상처를 받거나 민망할 때가 있긴 한데, 사실이니까 뒷머리만 긁긁하다가 만다.


하지만 한쪽은 관심이 없는데 다른 쪽은 관심이 많을 때가 있다. 관심을 가진 쪽이 주변에 친구가 없다면 더욱 곤란해진다. 집착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주변에 종종 '얘 친구 나 말곤 없나?'싶은 아이들이 있었다. 다들 사회생활을 했거나 하고 있다. 어쨌든 고등학생 때처럼 뇌 빼고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음을 알 줄 알았다. 그들이 진짜 친구가 없는 건지, 자기에게 모두 맞춰주거나 뇌 빼고 다녀도 다 수용해 주는 제2의 자기 자신을 바라는 것인지. 본인들도 모를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한 사람에게 친구로서의 관계를 집착하고 강요하는 건 그만두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두어야 관계가 넓어진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생각이 넓어진다. 한 사람만을 두고 '내 친구는 얘가 있으니까 괜찮아.'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모든 게 맞춰진다.


그렇기에 나 또한 나를 베스트프렌드로 설정해 놓고 돌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당황스럽다. 아니 이쪽 의사 좀. 그런 친구들은 보통 내 시간은 자신들을 만나야 하는 시각으로 안다. 심할 경우에는 아예 약속을 제안할 때조차 별 설명이 없이 자기가 할 말만 한다. 나는 유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그리고 대부분 정말, 다른 사회활동이 없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정말 친구나 관계나 나뿐이었던 것이다. 이게 서로 이랬으면 눈물 나게 감동적이고 훈훈한 장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이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까지 한 친구에게 집착하는 사람을 신랄하게 묘사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재작년까지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집착이자 베스트프렌드 대상이었던 두어 명은 그냥 내 연락을 씹었다. 가장 내가 힘들 때. 그랬더니 주변이 보이더라.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고 새로운 모임에 나가다 보니 사람들이 생겼다. 많은 일을 겪었지만 덕분에 더 성장했고 스스로가 좋아졌다.


그러니까, 한 사람만을 두는 관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그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모든 시야가 차단된다. 사회적으로 묶이는 결혼이라는 관계도 이혼을 거치면 잘린다. 그런데 친구라는 관계는 얼마나 애매하고 잡히지 않는 가닥인가. 이를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정말 친한 사람은 한두 명일지라도, 다양한 경험과 사람을 마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게 친구다. 그러니 눈앞의 사람에게 감사하며 소중히 대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