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못한 걸까 도전을 잘하는 걸까

양날의 검이었던, 장점인 줄 알았던 내 특징 1

by chul

모든 성격의 특성은 양날의 검입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요. 이게 장점으로 적용되는 환경에 가던가, 단점으로 치명적이게 적용된다면 타협할 정도의 수준으로 바꾸던가 해야 하죠.

21살 첫 심리상담이자 나의 인생 방향에 가장 영향을 끼친 상담사 선생님이 한 말이다. 사실 21살에게 저 말은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약간 눈에 띄는 면모가 있는 나의 인상(나는 잘 모르지만 내 지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그런 포스? 분위기? 싹수없는 눈빛 등등...으로 표현되는 무언가.)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나온 말이다.


무슨 소리인가 시끄러운 성격이면 안 좋고, 신중한 성격이면 무조건 좋은 거잖아. 그런 게 어딨어? 끄덕이긴 했지만 이해가 안 되었다. 곧 서른이 되어가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취업준비를 하며 그 말을 깨닫고 있다. 장점인 줄 알았지만 어떨 때는 단점이었던, 혹은 단점인 줄 알았지만 어떨 때는 장점을 넘어 강점이었던 내 특성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지금 씨름하는 중이다. 오늘은 그 특징 중 하나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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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나의 특징은 '전환이 빠르다.'이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하는 사람이고 그에 대한 포기와 시작이 빠르다. 누군가는 용기라고 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왔으나, 최근에 이 한계를 느꼈다.

포기와 도전은 쉬웠다. 문제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 동안 그 선택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직하게 기다리는 게 중요했음을 나는 몰랐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짧은 결과들로 그냥 판단하고 바로 도망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내가 멋있어 보였겠지만, 그냥 하기 싫은 긴 시간을 못 견뎠을 뿐이다.


일례로, 나는 아직 신입 취준을 하지만 직장이 3번 바뀌었다. 뭐, 정확하게는 1번을 다닌 게 제대로 다닌 것이다. 앞의 두 번은 인턴이자 프리랜서였기에 논외로 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잘 풀리지 않은 직장생활에서 또다시 도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럴 때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요즘 나는 꾸준히 못 해왔음을 느낀다. 영어 공부도, 체중 관련 식단과 운동도 바로바로 결과가 안 나오면 바로 하는 방법이나 목표를 전 뒤집듯 바꿔버렸다. 어차피 목적은 '체중 감량' 혹은 '영어 성적 올리기' '취직'이었기에 겉보기에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운동을 1시간씩 하다가 갑자기 체중 감량이 안 된다고 유산소 30분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겉보기에는 다른 방법 같지만 결국 그냥 포기한 거다. 그리고 유산소 30분은 조만간 아침 운동 포기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열심히 한다는 말이 싫었다. 잘하고 싶었다. 노력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다. 사회에 나가서 처음에 들은 말은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혹은 '네가 열심히는 하는데 그렇다고 잘하냐? 그건 다른 거다. 넌 머리가 안 좋은 거다' 등등이었다. 뭐, 요즘 윗분들은 스마트하게 하라고들 한다. 이제 대학 갓 나온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한 10년 차 경력의 리더들의 인성을 곱씹을 수도 있지만 이젠 내게 중요한 사람들은 아니 이게 넘어가자.


하지만 그때 나는 '열심히'에 환멸이 났다. 어차피 욕을 먹을 거면 그냥 열심히 하지 말고 대충 하자고,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잘 걸리는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어른들에 의해 노력을 포기한 사람이 되었다. 그들 말을 너무 믿었다. (이건 '좋아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쁜 점' 그 두 번째인 '피드백 잘 수용한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자. 언제 올라올지는 모른다.)

어쨌든, 나는 똑똑하고 요령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요령만 찾고 전만 뒤집다 보니 그냥 이것저것 한 사람이 되었다. 설계라는 전공을 살리지 않고 기획과 영업 쪽으로 간 것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전공을 하는 4년 동안 너무 괴로웠으니까. 성적도 거지 같았고. 그러나 이걸 바랐다면 나는 관련 전공생들과 붙기 위해 최소 영어 점수라도, 경제 뉴스라도 더 공부해야만 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나의 워너비가 되어있다. 나는 그 녀석들처럼 살고 싶다. 그들의 공통점은 중,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요령이 적어서 노력에 비해 수능 점수가 낮았다는 것이다.


우린 지방의 한 고등학교 출신이었기에 흔히 인서울을 한 친구들의 인생이 핀 줄 알았다.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 아이들이 인서울을 할 때 한 노력만큼 성인이 되어서도 노력한다면 말이다.


나의 '쟤는 안타깝네'라는 말을 뒤에서 듣던 우직한 친구들은 지금 또래들에 비해 가장 잘 되어있다. 입결이 낮은 대학교지만 대기업을 갔거나, 원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거나, 결혼을 준비하거나, 차를 샀거나, 꾸준히 노력해서 건강을 되찾았거나.


그래서 나는 인정했다. 어쩌면 이 전환이 빠르고 잘 도전하는 나의 특징은 더럽게 힘들던 시기를 버티게 해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나를 믿고 과정을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남은 연말까지, 나는 그냥 나를 믿고 과정에만 집중해보려고 한다. 살이 안 빠지는 것 같아도 식단과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점수가 안 나올 것 같아도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고, 눈앞의 일이 암울하고 평생 백수 쓰레기가 될 것 같아도 이력서를 고치고 자소서를 써보는 식이다.

그러면 결과도 따라오...겠...이것도 지금 너무 내 입장 생각이겠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과거의 선택을 감내하면서 노력에 집중하는 것. 그게 내가 올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스탠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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