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나는 이 시기가 제일 우울하고 무력한데, 늘 이때 뭔가를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를 하거나 두 번째 수능을 앞두고 있거나, 졸업을 앞두거나 등등.
계절성으로도 이 시기에 우울증이 심각해진다고들 하는데, 상황까지 이러니 최악이다. 역대 IMF보다 어렵다는 이 시기,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버티다 못해 다시 취업준비를 하며 서류가 탈락하는 지금, 더욱더 최악이 되어가고 있다.
젠장, 심한 욕을 하고 싶다.
뭐 어쨌건, 죽지 않고 살려면 이런 감정에 너무 동화되지 않고 뭐라도 해야 한다. 병원(외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무엇이든), 상담(진로 심리 집단 치료 뭐든) 이 가장 좋긴 하다. 그러나 결국 움직여야 하는 건 나 자신. 그래서, 그냥 한번 끄적여보는 감정이 빗발칠 때 하면 좋을 것들을 공유한다.
열등감과 무력감만 이야기해 보겠다. 그 외는 제 짧은 식견을 탓하십시오 내 탓 말고.
1. 열등감
주변에 잘 나가는 동갑내기들이 많다. 비교는 의미 없다고들 하고 내 길을 가라고 하지만 당장 내 입에 떨어지는 게 없는데 많이 받아먹어서 체하는 단짝친구가 이뻐 보일 순 없다. 하지만 비교를 하면 그냥 지옥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 그러면 여기서 멀어져야 한다.
먼저 SNS를 끊는다. 못 끊겠다고? 그럼 새로고침해서 나오는 알고리즘을 끊어라.
브런치도 홈이 아니라 자신이 검색하거나, 인기가 많은 작가 리스트나, 구독한 채널의 글만 읽어라.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내 계정에서 내가 리트윗 한 것, 좋아요 누른 것만 보고 또 검색하거나 구독을 누른 채널에 들어가서 봐라. 적어도 당신의 선택으로 봐라.
브런치에서 유행하는 건 퇴사다. 나는 이렇게나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들이 많은 줄 몰랐다. 다들 대기업 나왔는데 퇴사해서 00 합니다, 이런 글 쓰시던데 나오실 거면 제 자리 하나 주시죠. 이런 알고리즘을 보면 이런 거 보다가 다시 우울해진다. 그니까 알고리즘 타지 말자. 자기가 탈 파도 정도는 자기가 고르자.
좋은 거 하려고 노력해 보자.
남들과 비교해서 잘난 게 없다면 과거의 나보다 잘날 순 있다. 스펙이 아니라, 노력이나 끈기 부분에서. 어제보다 나으면 된다.
나는 저녁밥을 과식이나 야식을 하다가 최근에는 안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일반식이기에 살이 빠지진 않아서 며칠째 다시 샐러드 식단을 하고 있다. 그 많은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샐러드를 먹는다? 아주 굿이다.
이 정도로 출발해도 된다.
일주일 동안 아침에 늦잠을 안 잤다.
퇴근하고 힘든데 자소서 완성에 운동도 했다.
미루던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고, 일주일 동안 관리를 잘해서 초파리가 없어졌다.
아주아주 모두 GOO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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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력감
무력감은,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 적고 보니 당연하네 내가 뭐 공식적인 연구자도 아니고 그냥 취준생인데 여기 오신 분들이 내게 뭘 기대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 그냥 내 생각 이야기하겠다.
무력감을 없애는 방법은 없다. 감정이나 생각을 없앨 순 없다.
그래서 무력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 성장하기 딱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운동/독서/외국어 공부를 추천한다. 이 셋은 시작하는 허들을 본인이 잘 설정할 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나에게 도움이나 보람이 된다.
위 3개 중 하나를 하는 것도 좋은데, 나는 그 흔한 미라클 모닝이란 것을 추천한다. 나도 안다. 갓. 생이 유일한 탈출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그런데 나는 새벽 동트기 직전에 한번 일어나 보기를 추천한다. 무력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면 피곤해서 저녁에 잠도 잘 온다.
요즘 시도하기 좋다. 왜냐면 해가 짧아졌기 때문에 6시 반 안에만 일어나면 새벽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만약 여름에 이런 느낌을 받으려면 당신은 4시 반에 일어나야 할 것) 직장 내 괴롭힘과 말도 안 되는 고용협박, 인격모독까지 당하던 작년 겨울, 나를 버티게 해 줬던 것은 월급도 사람도 나 자신도 아니라, 동이 터오는 새벽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습관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 오전 7시에 헬스장을 간다. 여기까지 오는데 나도 2년이 걸렸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부지런해지고 싶진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나도 안다. 이 열등감, 무력감의 원인인 내 외부적인 상황(취직이나 장사가 잘 되거나 합격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얻거나)이 이뤄져야만 없어진다는 것을. 그런데 말입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 외부적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게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날 괴롭히는 걸 그만두길 바라도 양심이 벗겨지던 리더들이 그만둬줄까? 더 난리가 났었다. 물론 난 그들을 용서하진 않는다. 지나가다 만나길 바라고 있다 침 뱉으려고.
두 번째, 그렇게 되어도 또다시 열등감과 무력감이 온다.
취직을 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세전, 세후 나와 크게는 두 배 월급이 차이나는 대기업 간 대학 동기들이 있었다.
나는 여기서 다시 절망하고 열등감과 무력감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니까 그런 절망은 필수적인 것이다. 살아있는 한 무조건 온다. 하나 해결된다고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는다. 당신이 그 해결을 보고 바로 생을 마감하지 않는 한 절대적인 해피엔딩은 없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상처도 회복도 감정마저도 내가 움직여야 한다니. 너무 억울하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안 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다. 아무도 나를 올려주지 않는다. 자기 구원은 셀프. 나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은 가끔씩 아주 절망적인 말이지만 사실은 아주 큰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