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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r 21. 2024

망한 청춘이 알려주는 덜 망하는 법

어쩌다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해보긔

봄이다. 스프링-그다.

성인이 된 이후로 봄이 즐거웠던 적은 별로 없다. 이 소재를 몇번이나 욱여넣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최근에 공백기가 5년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봤다. 성폭행 피해로 잘 지내다가 모든 일상이 멈춘 사람부터, 대학원 교수에게 잘 못 걸려서 트라우마 및 경력이 단절되어버린 사람 등등. 그분들이 일단 그 영상에 나왔다는 것부터가 엄청난 극복의 시작이고 원래 대단한 사람들이었다는 증거겠다.


종종 이렇게 나와 비슷하게 '망한 젊은 시절'을 보내는 사람이 대다수임을 까먹는다. 인스타그램에는 화려한 업력을 가진 20대 초반들이 있고 하필 내 주변또한 잘나가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사경고, 졸업논문 1등, 채용전환형 인턴 전환 실패, 스타트업 경영 악화로 대표에게 퇴사 강요당하기, 직장 내 괴롭힘...나는 이 실패한 25살 이후의 구직 활동을 기록하는 매거진마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재수없는 일들을 겪다보니 제법 여러 팁이나 노하우가 생기길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한 해의 시작인 3월과 젊음이, 생이, 발목을 잡는 이들에게 알려주면 어떨까 싶어서 적어본다.

정답은 아니다.


1. 한번에 좋아지지 않음을 인정하기.


안타깝게도 누군가는 (겉보기에는) 한번에 좋은 기업이나 학교를 가지만 그건 소수다. 심지어 나나 우리(아니라면 ㅈㅅ)같이 밑바닥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밑바닥을 딛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고시원에 살다가 갑자기 그 옆의 레미안에 살 수 없다. 그렇게 된 남들이 부럽지, 부럽지만 일단 내 밑바닥을 발로 차야한다. 당신의 목표는 훌륭한 무언가를 얻는게 아니라 그 밑바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 기상시간만 정해보자.

늦잠도 좋으니 일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햇빛을 보면 잠이 깬다고 한다. 나는 힘들때마다 일부러 새벽기상에 집중했는데, 제법 뭉클한 기분이 든다. 물론 한두번은 안되고 습관 들때까지 몇주는 고생하겠지만. 몸과 뇌는 바보라서 루틴이 정해지면 안정감을 느낀다. 그 안정감이 다른 일을 시도하는데 기반이 된다.


3. 너무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이야기를 듣지 말기.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길때까지 많이 시도하기.

뭐 이건 내 간단한 일화로 공감을 얻어볼까 한다.  알바를 구하는 일이었다. 다들 나이가 안된다고, 알바 경력이 적고 n년 전이라고, 무조건 전화해야한다고 했다. 물론 그것도 답이긴 했는데 그것만이 답은 아니었다.

알바를 이것저것 보다보니 1.동네 주변인가 2. 올라온지 하루가 안 지났는가. 3. 당근, 알바몬, 알바천국 다 봤는가. 에 따라 달랐다. 물론 면접에서는 겨우 한두개만 붙었지만...어차피 안 좋은 면접 기억이라면 안 가는게 나았다.


4. 비교가 되는 지인들과는 연락을 끊기. sns도 끊기.

내 친구들은 열심히 살았고 잘 살았고 좋은 녀석들이지만 그 말 하나하나에 나와 비교가 되었다.


 지금 당장 주말알바 안 구해져서 이 나이에 어머니께 돈을 꾸니마니 고민하는 내게 골프를 치러 가서 허리가 아프다, 직무 전환이 고민된다, 집을 사야하는데 아무도 응원 안 해준다....이런 말 들으면 솔직히 뺨때리고 싶다. 뺨 때린다고 해도(실제로 때리면 안된다.) 내 비참함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거리를 많이 뒀다. 지금 연락하는 친구들은(특히 저런 잘난애들) 거의 없다. 물론 무작정 사라지기보다는 "요즘 힘들어서 연락이 힘드니 이해해달라. 다음에 보자"정도로만 말해주면 추후에 관계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것마저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니 끊자.


비슷하게 sns도 그만 보기. 정 힘들다면 구독한 채널이나 계정만 보자. 트위터, 인스타, 유튜브....요즘 우울하고 화나는 일들 뿐이고 사는게 벅차서 다들 화나있다. 그 에너지 지금 우리에게 없다. 차라리 알바몬을 뒤져라.


참고로 나는 아래와 같은 채널들을 좋아한다. 좋은 말이 있거나 생각없이 즐겁게 볼 수 있다.


트위터:  실타래님, enie님

유튜브 채널 : 실감나는 우주, 혜안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그하고 있습니다. 책읽아웃

인스타 : 밑미, 뉴닉 공식 계정


책은 뭘 읽어도 상관없다. 이 시기에 책 많이 읽는것도 좋다. 갈 곳 없으면 커피 집에서 타서 도서관에 가면 딱 좋다.


5. 응원이 아니면 다 조까라.

지금은 그렇다. 적어도 피드백은 적당히 받자. 나는 전 직장 상사들에게 "넌 아무것도 못 할 사람"이라는 말을 사람들 앞에 세워놓고 들었다. 내가 잘 하는 모습은 상상도 못하며 네가 나가야한다고 사람들한테, 회의실 앞에서 해댔다.

그런데 시이바 내가 니들보다 대학도 훨씬 잘 나오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내가 아무것도 못 했다면 졸업했겠냐? 0같은 새끼들이.. 머리카락이나 없어가지고 확 이쑤시개 꽂으면 타코야키 되거나 주먹다짐하면 질 마른 새끼가 진짜.


하여간 사람이 좀 하려고 하면 태클거는데만 혈안이 된 내 전직장 리더들같은 사람들이 있길 마련이다. 그들이 나보다 연장자나 상사라면 더 기죽게 된다. 조까라. 저 리더들이 그래서 내 퇴사에 도움이나 영향을 줬냐면 밥 한끼 사준게 다였다. 그냥 사람 까내리는데 희열을 느끼는 인간 덜 된 웃긴 놈들 말은 조까라.


6. 당신은 현재 대단하지 않다. 그러니 뭐든 시작해보고 배우자.

마지막으로, 나는 곧 서른이다. 한국은 서른의 뚱뚱하고 잘 안 꾸미고 2년동안 퇴사 3번한 여성을 반기는 사회는 아니다. 이쯤되니까 안다. 우리같이 남과 비교해서 무너져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한때' 뭔가를 제법 잘 했던 사람이다. '지금 내가 이럴때가 아닌데'에 잡힌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나도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자존심이 쎘다. 고등학교때는 공부를 잘해서 sky를 갈거라고 촉망받았지만 개같이 수능을 망치고 이름 겨우 들어본 대학의 공과대학을 나왔다. 하면서도 내내 그랬다. '나는 전교 3위권에서 놀던 사람이야. 너희보다 똑똑해'


지랄. 거기 간 거면 다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인서울 입시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명문대와 그저그런 명문대는 수능에선 의외로 1,2문제 차이다. 미끄러진 셈. 하지만 사회 나오면 그 인지도와 차이는 천지차이다. 실제로 대화하면 아주 다르다.) 똑같았다. 온갖 대기업 인턴을 하고 대기업 최종까지 갔다가 몇번이나 떨어지니 중견기업이 성에 차지 않았고 대학 동기 중 삼성, 현대, 엘지를 간 녀석들만 눈에 보였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퇴사했으니 당연히 거기보다 훨 좋은 대기업을 가야 '복수'한다고 믿었고 대부분 이름 들어본 기업들만 지원원서를 넣었다. 될 리가 없었다. 지금같은 구직불가시기에는 더욱.

그러다가 지인 추천으로 공기업의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공기업은 보수의 끝판왕이다. 거기 상사들은 나와 같은 보조직들은 무시하거나 우스워했다. 아, 내가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구나. 꼭 엄청나게 멋지고 좋은 일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건 내게 자유를 줬다.


물론 그래도 잘되고 싶다. 취직이 급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대기업 가고 싶지 에이. 나도 아주 세속적인 대화에 멋있게 끼고싶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게 아니라잖아. 지금 나는 어디든 직무 개발만 가능하거나 돈이라도 벌어야하잖아. 대기업 공고가 쏟아지는 지금, 그 모든 곳들을 넣으면서 슬쩍 사이에 숨겨진 중소 중견도 넣느라 정신이 없다. 면접도 조금씩 잡히고 있다.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해보는 중) 알바도 구했다.


담주엔 평일 백수답게 느긋하게 하루이틀 놀 것이다.

 평일에 놀러가는 시즌은 지금밖에 없거든. 분명 당신들도 뭍 위로 올라오면 그 밑에 있을때 누렸던 어떤 것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시기에서 감사할 무언가를 찾아보자. 그러면서 조금씩 바닥을 차 나가면 된다.


나는 이런 희망찬 글을 썼다가 또 절망하는게 특기인 작가다만, 원래 그러라고 있는 인생과 브런치가 아니겠는가. 그럼 오늘의 망한 청춘들, 밥 맛있게 드시고 하루를 시작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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