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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n 16. 2024

망했다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고발하고 분노하려다가 고민하고 결론을 짓게 된 이 브런치북

이 브런치북은 정말로 처음에 목차를 짰던 것과 아예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이 시리즈를 쓰다가 나는 다시 일을 하게 되었기에 어떤 스탠스를 가져야 할지 곤란해지기도 했다.  아래는 내가 이 브런치북을 처음에 기획했을 때 세웠던 목차들이었다.

개빡쳐보임


지금과는 제법 다르다.


목차에서는 세상을 향한 한탄과 분노와 호소하고 싶어 안달 난 감정이 느껴진다. 실제로 처음의 이 글의 목적이 그것이기도 하고.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이유는 한탄과 분노와 고발로는 나의 이 5년, 누군가의 현재일 지금을 표현하기 어려웠기에. 낙오자니 실패자니 같은 친구들끼리 대기업이니 명문대니 연봉이니 하면서 서로 선과 순서를 짓는 지금이다. 그 시기를 살아가는 2030 세대의 절망과 한계만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디어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인생의 낙오점을 찍어주고 있었지만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아직 지옥 속을 걷고 있다. 남들이 함부로 그것을 비웃거나 불쌍하다고 말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우린 열심히 잘 살고 있고 또 다른 살아갈 구색을 어떻게든 찾아가고 있었다. 분명 어떤 의미로는 피해자이지만 거기서 멈추고 죽어버리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취준생의 비참함은 5년 동안 꾸준히 겪었지만 지금은 취준생이 아니기에 한탄하는 글은 지양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또 어떻게 다시 다른 곳을 구하게 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몇 년 동안 거의 4번의 직장을 타의적 98% 자의적 2%로 옮겼기에 자격지심과 불안함이 섞인 나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직장들에게서 겪은 일들은 내 눈앞의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이러다가 지금이 된 겁니다.



2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이제 서른을 앞두는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들, 선배들 말은 참고만 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들이 몇 년 동안 있던 영역에 내가 신입으로 들어간다면 당분간은 배우고 따라야겠지만, 그 외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참고만 해야 했다. 20대 초반에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선배들에게 들은 말이 절대적이었는데 지금 보니 틀린 것도 있고 안 맞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렇게 잘난 듯이 후배들에게 충고 줄 정도로 뭘 잘 아는 나이는 아니더라.


하지만 젊은 꼰대든 늙은 꼰대든 자기 말이 맞다고 맞장구 쳐주는 후배가 있어야 그 시기를 넘어가주기에 대충 도발하지 않고 넘기는데 필요하기도 하다. 나도 동생들에게 말해줬는데 아닌데아닌데하면 좀 재수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지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후회, 반성, 절망, 경멸, 혐오, 분노, 열등감 그 모든 것을 작게는 몇 달 많이는 4년 이상동안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또 세상에서 일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우리는 '요즘 젊은이들'이다. 어쩌라고 하면서 또다시 에어팟을 귀에 끼고 할 일에 집중하려는 요즘 것 들이다. (물론 회사에서 저는 에어팟을 낀 적은 없고 회사 따라 다르니 분위기 잘 봅시다. )

ㅇㅇ

내가 이 기간 동안 배운 가장 큰 것은,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결정한다는 사실이었다. 스펙이 훌륭하고 자소서를 잘 쓰고, 일을 잘하고, 싹싹하거나 예의 바르면 다인줄 알았다. 하지만 노력해도 그것 비웃는 전 직장의 리더 두 명을 겪었고, 자기가 나를 꼽주려고 모든 일을 뒤로 넘기고 쓸데없이 신입 죽이기에 힘을 쓴 부서를 봤고, 지들 맘대로 채용했다가 갑자기 채용 취소되었다고 쏘리, 한마디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이게 전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잘하고 성과를 내어봤자였다. 그런 사람들을 도발하지 않거나 넘겨버려야만 그 시기가 지나갔다.


한국에서 살면서 정량적 정성적 성과만 잘하면 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잘못(보다는 보통 내 시기의 사람은 서투름)도 있고 나잇값과 전혀 상관없이 지위와 나이만 들어버린 사람도, 내 또래임에도 나조차 이해 안 되는 빌런을 통해 그놈의 성과와 결과조차 하늘과 땅을 오갔다. 그래서 자기 삶을 살면서 자신만은 과정과 노력을 봐줘야만 했다.


다음 주부터는 조금 다른 형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자신의 모든 일을 찾아가는, 모두가 실패했고 낙오되었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이여, 남은 주말도 잘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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