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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Feb 23. 2019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나를 마주한다면

나는 누구와 비교하는가


아이가 팩토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다. 삼각형 5개와 사각형 2개로 이루어진 큰 사각형을 보고 삼각형이 사각형보다 몇 개가 더 많은지 묻는 질문이었다. J는 5개라고 이야기하며 다소 문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어렵지 않은 문제였기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나 해서, 영어로 다시 물어보아도 대답은 같았다.




어릴 때 수 세기와 덧셈과 뺄셈 개념을 재미있게 배울 때 가지고 놀았던 도구(*)를 가져와서 막 설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문제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짜증이 나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는데 팔짱을 끼며 “그건 아기 때나 하던 거잖아.” 하고 더욱 짜증을 냈다. 차분히 설명한 뒤 아이에게 다시 물으니 정답이 3이라고 하였다. 표정은 여전히 일그러진 채로.




정답을 쓸 때, 정답을 쓰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3을 지우고 5로 고쳐 쓰며, “그래, 알았어. 그럼 나 5 라고 쓸래.” 라고 반항적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알았어. 5써도 괜찮아.” 라고 하며 웃으며 이야기하니, 좀 의외라는 표정으로 “왜?” 라고 물었다. 그래서 “어, 5라고 써도 네가 3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괜찮아.” 라고 했더니 얼굴 표정이 바뀌며 환하게 웃는 게 아닌가.




다른 답을 적어도 된다고 하니 환하게 웃었을 때, 틀려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며칠 전 있었던 일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J야, 며칠 전에 네가 레고 전투기 만든 것, 아빠 것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멋진지 물었을 때 엄마가 아빠 것이 더 멋있다고 했었잖아. 그 때 너 속상해서 많이 울었지? 그런데 그 뒤에 어떻게 됐어? 너가 더 생각해서 엄청나게 멋진 새 전투기를 만들었잖아. J가 속상하지 않았다면 원래 전투기로 만족하고 그냥 넘겼을 텐데 속상했기 때문에 잘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더 좋은 것을 만들게 된 거잖아. (사실 그 전투기를 만든 지 2주 쯤 되어가던 참이었다. 지속적으로 약간의 업그레이드는 했지만 스타일은 같았고, 더 길어지기만 해서 가지고 놀 때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틀린 것, 그리고 실패한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너를 발전시키기에 좋은 기회가 되는 거야.” 라고.




몇 시간 후, 가위바위보(*) 놀이를 했다. 10대 7로 이긴 J가, 아빠가 퇴근하고 오자, “아빠 나 엄마한테 이겼어, 10대 7로. 내가 3점이 더 많았어.” 라고 자랑하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물었다. “J, 어떻게 해서 네가 3점이 더 많은 거야?” 라고 물어보니 환하게 웃으며, “엄마, 그거 아까 수학 문제 풀 때 했던 거잖아.” 라고 말했다. 몇 시간 전에 했던 학습을 놀이를 하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계산을 하며 복습한 것이 되었고 그것을 말로 다시 한 번 표현했다. 그리고 도출 과정을 질문하자 언제 배웠는지도 정확히 상기했다.




아이도 나도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패와 좌절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실패가 두려워 쉬운 문제만 풀려고 하는 성향이 다분한 아이가 스스로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과정을 진정 즐길 때가 오기를, 그것을 조금씩 연습하는 과정에서 좋은 기억들이 쌓여져 나가기를 바란다. 좌절과 분노를 지혜롭게 넘기고, 발전을 거듭해, 새로운 자기를 마주하며 행복해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교만하거나 열등해 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아이도 나도.



* 사진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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