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도전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던 차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지금의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일을 그만두고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산 지 5여 년. 내 안에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바닷물에 부서진 모래성 같았다.
지난 학기 마지막 수업(대사관 개설 한국어 수업,자메이카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10개월여 진행한 적이 있다)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었다. 한국어를 왜 배우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의 꿈과 연결이 되는지 등을 발표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배운 문장 중 다섯 문장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며 두려움에 몸을 사렸던 그 날이 바로 학생들의 발표일이었다.
한 학생의 차례.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문장들을 발췌해서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두려워하지 마.'였다. 평범하고 흔해빠진 문장은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빛을 발했다. 한 회사의 인턴십을 하며 몰려왔던 일들로 마음이 위축되었을 때 가슴에 들어온 말이라 했다. "꿈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에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꿈으로 충분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말은 내 가슴에도 박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해주며 나의 상황을 잠시 이야기했는데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해보세요." 그 문장은 마치 신이 오늘 나에게 하는 말처럼 가슴에 콕 박혔다. 그리고 나를 움직이게 했다. 움직이기까지 도전하기까지 고민과 두려움이 다시 반복됐지만 결국 몸을 움직이고 도전하니 좋은 결과들이 주어졌다.그녀도 힘들었던 인턴십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의과대생이 되기 위해 캐나다에 시험을 보러 갔다.
그냥 마음이 가니까 하게 되는 심지가 강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여러 번 계획하고도 머뭇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어땠든 지금의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다. '두려워하지 마' 노래를 부르며 귀여운 춤사위까지 보여준 그녀의 프레젠테이션은 그럴 때마다 생각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