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가족친지 분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밥상에도 찬이 한 가득 입니다.
어른들은 어른 상에 따로, 아이들은 아이들 상에 따로 모여 앉아 밥을 먹습니다.
엄마들은 어른이지만 아이들 상에 껴서 같이 먹습니다.
큰 어머니 한 분이 먹성 좋은 사촌언니를 칭찬하다가
천천히 먹는 제 딸아이에게 한 마디 던집니다.
“빨리 먹어야 많이 먹지! 그렇게 먹다가 굶어 죽겠다”
맞습니다. 이 세상은 잔칫날 밥상 같은 것이니까요.
남들보다 빨리 먹어야 고기 반찬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먹어야 밥 한 공기 숙제를 먼저 끝낼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먹어야 더 많은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늦게 먹으면 적게 먹고 적게 먹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큰 어머니의 농담 섞인 꾸중에 딸 아이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입 안에 밥풀들이 목구멍을 넘지 못하고 눈물과 함께 또로로 떨어집니다.
큰 어머니가 밥상을 떠난 후 아이에게 귓속말을 해줍니다.
“ 괜찮아. 네가 배부른 만큼만 먹으면 돼”
그리고 속으로 혼자 반복해 봅니다.
‘네가 작게 먹어도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아도 돼.
모든 인생이 진수성찬일 필요는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