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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 Nov 07. 2018

소심도치 11화 - 밥상




명절날, 가족친지 분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밥상에도 찬이 한 가득 입니다.

어른들은 어른 상에 따로, 아이들은 아이들 상에 따로 모여 앉아 밥을 먹습니다. 

엄마들은 어른이지만 아이들 상에 껴서 같이 먹습니다. 

큰 어머니 한 분이 먹성 좋은 사촌언니를 칭찬하다가 

천천히 먹는 제 딸아이에게 한 마디 던집니다. 

“빨리 먹어야 많이 먹지! 그렇게 먹다가 굶어 죽겠다”

맞습니다. 이 세상은 잔칫날 밥상 같은 것이니까요. 

남들보다 빨리 먹어야 고기 반찬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먹어야 밥 한 공기 숙제를 먼저 끝낼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먹어야 더 많은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늦게 먹으면 적게 먹고 적게 먹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큰 어머니의 농담 섞인 꾸중에 딸 아이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입 안에 밥풀들이 목구멍을 넘지 못하고 눈물과 함께 또로로 떨어집니다. 

큰 어머니가 밥상을 떠난 후 아이에게 귓속말을 해줍니다. 

“ 괜찮아. 네가 배부른 만큼만 먹으면 돼”

그리고 속으로 혼자 반복해 봅니다. 

‘네가 작게 먹어도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아도 돼. 

모든 인생이 진수성찬일 필요는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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