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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by 최달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이유이유


요즘은 다이어리의 첫 장을 보기가 두렵다.


1월의 나의 다짐들 그리고 목표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것들이 지금의 내 모습과 대비 돼, 괜히 머쓱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초의 목표들이 모두 무너진 건 아니고,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작년 겨울, 잘해보자고 다짐했던 나의 의지넘치던 모습이 세월이란 물감으로 덧칠해, 원래의 모습이 조금은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서 조금은 맘이 쓰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보낸 날보다 남은 날이 적은 가을이 막 시작되는 시점.


여전히 난 똑같은 하루를 보내며 그 평범함에 조금은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별탈 없이 지나가는 삶이 좋은 삶이야, 잘하고 있는 거야”


정말 그럴까.

큰 사건없는 평온한 일상은 분명 행복이지만, 과연 살날이 많은 우리에게, 그것이 가장 최선일까.


사회는 말한다.


“왜 이리 노력해, 그냥 편히 살아”


하지만 그 말이 내게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삶의 트랙 위를 달려야 하는 선수가 된 기분이라 겁이 나기도 한다.


대학시절 철학 교수님은 내게 물으셨다.


“민아는 인생에서 뭐가 제일 무섭니?”


나는 말했다.


“저는 그냥 현대인들이 말하는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여자가 되는 거요”


10년이 넘은 지금, 패기 넘치는 그 대답이 조금은 웃기면서도 아직도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있어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20대의 내가 오늘의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실망할까 아님 안도할까.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린 지금, 가끔은 그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슬퍼진다.




(아마도, 가을을 타는 것일까)






인스타그램: @choid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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