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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준 Jul 02. 2019

6월 13일, 11일 차, 프라하

사람들이 무서워 호텔 방에 틀어 박힌 도시, 프라하입니다.

오늘은 프라하로 이동합니다. 어제 저녁에 사 온 아침거리로 배를 채우고 출발을 위해 짐을 정리합니다. 출발 시간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마중을 나와주십니다. 이틀 동안 친절하게 대해주신 덕분에 제 집처럼 편히 묵고 갑니다. (나중에 airbnb 호스트 평가를 마치고 나서, 덕담과 함께 충고를 들었습니다. 욕실을 이용하고 난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바닥을 닦아서 물기를 없애야 한다고요

.  제가 뒷정리를 안 해서 제가 욕실을 쓸 때마다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실 수도 있는 일인데 다 떠나고 이야기를 해주신 친절함에 괜히 죄송한 마음만 더 커집니다.)


프라하로의 이동은 Flixbus로 합니다. 유레일 패스가 있어 가능한 기차 편을 이용하고 싶지만, 프라하로 가는 기차가 너무 빙 돌아갑니다. 드레스덴에서 라이프치히를 걸쳐 프라하로 가기 때문에 4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Flixbus를 타면 2시간도 안 걸리는 기리를 말이죠. 다행히도 적당한 시간 대 할인표가 있어 캐리어 포함 15유로에 예약합니다. 신기하게 기본 버스표에 짐을 가져가려면 추가로 금액을 더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플릭스 버스를 타기 위해 드레스덴 중앙역으로 갔는데, 역 밖으로 나가니 도대체 어느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플릭스 버스 정류장만 15개가 넘는데 이 버스 저 버스 정차되어 있어 어느 차가 프라하행인지 헷갈립니다. 정작 중요한 예약 바우처에는 버스 정류장 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글맵의 단점 중 하나는, 버스나 트램을 탈 때 버스 정류장의 정확한 위치나 방향에 대해 제대로 안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이미 아무 생각 없이 탔다가 방항이 틀려 헛고생한 게 제법 됩니다. 시내버스 하고는 다르게 플릭스 버스는 놓치거나 잘못 타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초조해집니다. 이 버스 저 버스 기사님들한테 물어본 끝에 제가 원하는 정류장을 찾습니다. 제가 타야 할 버스가 다른 플릭스 버스와는 외형이 다르게 생겨서 이 버스가 아닌가 하고 타는 순간까지 가슴을 졸입니다.

플릭스 버스에 짐을 싣는 모습입니다. 짐값은 따로 받습니다.


버스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로 웹서핑을 하다 보니 벌써 프라하에 도착합니다. 국경을 넘어가는 풍경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초원을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국경을 넘어가 있습니다. 휴대폰 통신사가 체코 보다폰으로 잡힌 걸 보고 국경을 넘어간 걸 압니다. 버스에 타기 전에 티켓과 함께 여권을 검사한 걸 빼면 국경을 넘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프라하에 도착하니 풍경이 확 달라집니다. 전체적으로 낡고 노후화된 느낌이 납니다. 그래피티가 그려진 거리가 할렘가처럼 느껴집니다. 분위기에 조금 짓눌려서 살짝 두렵게 느껴집니다. 독일은 좋은 동네였구나 문득 그리워집니다.

조금 낡은 느낌의 프라하 첫인상

프라하에 도착하고 처음 한 일은 환전입니다. 체코는 유로화 도입에 실패했기 때문에 코루나를 씁니다. 최근에는 유로화도 쓸 수 있긴 한데 유로로 계산하려면 코루나보다 비싸게 값을 치루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환전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글을 많이 보입니다. 정상적으로 0% 수수료로 환전을 해주는 환전소도 있지만, 조금 수상한 환전소에선 0% 수수료라고 써져있어도 작은 글씨로 제약을 걸어 실제로는 50%까지 수수료를 떼어먹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환전상이 달라붙어서 잘 모르는 여행객에게 이상한 화폐를 환전해준다는 이야기까지 있고요. 내리자마자 낯선 분위기에 움츠러들어 있는데 사기꾼 이야기까지 보니 몸이 완전히 경직됩니다. 다행히 터미널 안 환전소에서 환전을 무사히 마칩니다.

0% Commission이라고 적힌 환전소는 도시 곳곳에서 보입니다. 하지만 구글맵에서 찾아보고 별점 높은 곳만 찾아가세요.


버스에서 내려서 호텔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독일어에 조금 익숙해지나 싶더니 체코어를 보니까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곳곳에 독일어와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 독일과 달리, 영어 병기안 보입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매고 있자 웬 체격 좋은 남자가 저한테 말을 걸어옵니다.  제 목적지를 묻더니 지하철 이용 방법을 가르쳐주고, 지하철 표까지 뽑아줍니다. '웬 친절이지' 생각하면서 감사하다고 가려니까 저한테 돈을 요구합니다. 티켓 값이 1유로쯤인데 2유로나 달라고 하는군요. 이게 자기 일이고 너도 도움을 받았으니까 돈을 내놓으라면서요. 애초에 말을 걸어왔을 때 무시했으면 그만일 일이지만, 체격에 위압당한 저는 괜히 더 귀찮아지기 싫어서 돈을 주기로 합니다. 돈을 주니까 이번엔 지폐 다발을 꺼내면서 환전을 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게 말로 듣던 사기꾼 환전상이구나 직감이 왔습니다. 제가 무시하고 가려고 하니까 계속 따라붙으면서 지폐를 흔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떨쳐내려고 하는데 꽤 긴 거리를 따라붙으며 뭐라고 계속 소리를 칩니다. 솔직히 이대로 가다가 해코지 당하는 건 아닌가 위압감이 들고 무섭습니다. 지하철 개찰구를 넘어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올 때까지 겁에 질려 땅만 보고 걸어갑니다.

플랫폼에 도착할 때까지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한 낮이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까 환전상의 모습을 생각하니 호텔 문 밖에 마냥 무서운 사람들만 있을 것 같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저한테 악의 한가득한 사람들이 돌아다닐 것 같습니다. 체코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위안 삼으며 밖에 나가 간단하게 저녁만 사 갖고 들어옵니다. 여행이고 뭐고 다 지긋지긋한 프라하의 하루입니다.

호텔인줄 알았는데 아파트의 한 호실을 호텔처럼 개조한 곳입니다. 리셉션이 따로 없어서 제가 문을 두들기니 직원분이 열쇠를 가져다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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