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소박하게 요리하고 소박하게 먹는다

by 읽고 쓰는 삶

오늘도 샀다 이것을. 마트에 가면 빼놓지 않고 집어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것, 콩나물이다. 300g 한 봉지에 1,600원. 착한 가격에 매번 무장해제다. 언제나 한 봉지는 기본, 가끔 두 봉지를 살 때도 있다. 콩나물을 살 때면 늘 메뉴는 정해져 있다. 콩나물무침. 질리지 않고 매일 먹을 수 있겠다 싶은 확신의 메뉴다.


콩나물은 채반에 넣어 차가운 물에 시원하게 샤워를 시켜준다. 그리고 커다란 냄비에 넣는다. 콩나물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후 가스레인지 센 불에 끓인다. 이것저것 주방일을 하다가 냄비의 유리뚜껑 너머로 하얬던 콩나물 줄기가 투명색으로 익어가는 것이 보이면 얼른 불을 끄고, 미리 준비해둔 채반에 넣어 식힌다. 또 이것저것 주방일을 하다가 콩나물에서 뜨끈한 열기의 김이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얼른 볼에 옮겨 담는다. 이제 참기름을 한 스푼 두르고, 참치액젓을 한 스푼 넣은 후 젓가락으로 부지런히 저어주면 간단하게 콩나물무침이 완성된다. 반찬통에 옮겨담고 먹음직스럽게 깨도 송송 뿌려준다.


이번 콩나물무침은 평소와 좀 달랐다. 이번에 만든 콩나물무침에는 특별히 꽤 경건한 마음을 담았다. 둘째 백일 삼신상에 올릴 것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백일 당일에 음식을 준비하고, 아침 해뜨기 전에 상을 차려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졌다. 미신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주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준비를 시작했다. 전날에 재료들을 준비하고, 저녁부터 긴장감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다가 오전 12시 알람이 울리자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콩나물무침, 시금치무침, 고사리볶음, 미역국을 차례대로 만들고, 쌀을 불려둔 뒤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5시에 다시 일어나 불려둔 쌀로 밥을 짓고, 만들어둔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상을 차렸다. 아이를 상 앞에 두고 절도 드리고 축문도 읽고, 그렇게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의 백일 삼신상 이벤트를 무사히 마쳤다.


삼신상에 올렸던 음식들은 엄마 아빠가 당일에 모두 먹어야 한다기에, 자연스럽게 아침메뉴는 비빔밥으로 정해졌다. 밥에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를 모두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볐더니, 모든 재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화려하게 변신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추장으로 어여쁘게 화장을 한 알록달록의 채소들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배가 부르고 마음도 불렀다. 이런 좋은 날, 소박한 음식들로 화려함과 배부름을 누리는 호사를 즐겼다. 평소에도 자주 먹는 똑같은 음식이지만 이런 날 이렇게 먹으면,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다.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음식은 단순한 물질 그 이상이다. 음식 안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사랑이 담겨 있고, 누군가의 정성스런 마음이 담겨 있다. 건강을 기도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음식에는 그만큼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많은 추억과 많은 행복, 많은 축복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기쁜 날이라고 자축하며 백일 떡을 많이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하고 똥배가 튀어나오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약소하게나마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럴 때 또 좋은 것이 콩나물이다. 밥, 된장국, 김치, 그리고 콩나물. 이렇게 차려놓고 먹으면 크게 힘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인 다이어트가 된다.


소박하게 요리하고 소박하게 먹는 연습을 한다. 오랜 공복 후에 먹는 소박한 식사를 좋아한다. 오직 살기 위해 먹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배고픔을 살짝 지우는, 가벼우면서 동시에 충만해지는 그런 느낌을 사랑한다. 배고픔이 지워진 자리에 들어서는 그 가볍고 역동적인 느낌에 곧잘 사로잡히곤 한다. 이런 느낌들을 꽤나 즐긴다. 소박한 요리와 소박한 식사가 훨씬 더 자유로운 움직임과 강하고 단단한 힘을 제공해준다는 것을 이제는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감각들, 참 소중하고 달콤하다. 이런 감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연습하고 훈련한다. 소박하게 요리하고 소박하게 먹는다. 이런 연습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 콩나물과 함께라면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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