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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아 Nov 11. 2017

출근길 스케치 #13

겨울에도 직장인은 출근한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해가 짧아지고, 출근길은 더욱 어두워진다. 

어두운 출근길을 하얗게 비춰준 눈 내린 아침!

먼저 일터를 향한 이들의 발자국들이 앞장서고 있다.  

겨울에도 직장인은 출근을 한다. 

어잇,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라구!

지하철역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해돋이를 맞이한다.

도시의 해돋이와 함께 차가운 겨울 아침 출근길을 나서는 수많은 직장인들.

우주의 어둠을 뚫고 얼굴을 내민 태양도 출근 시간, 빌딩숲에 걸려 바빠 보인다.

"아차차! 곧 뜹니다, 떠!"

전봇대 사이 전깃줄에 걸린 해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거린다.  

버스에서 내려서 또 지하철을 타고, 어김없이 당산철교로 한강을 건넌다.

창밖으로 한강이 보인다. 오늘도 해가 네 물빛을 반짝이는구나. 그래, 오늘도 안녕? 

출근길 피로를 녹이는 한강 물빛의 위로.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오늘 아침 당산 철교 위 이 순간은

단 한번이기에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출근길 산책자의 작은 낭만에 대해, 지하철 의자 위에서 눈을 붙인 또 다른 출근자들은 무관심하다.

왜 어떤 날은 푸르고 어떤 날은 녹색일까?

지하철 유리에 바깥과 안의 풍경이 중첩된다.

바깥에도 출근길 도로에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꼬리에 고리를 물고 있다.

의자 위에는 짧은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하철이 다시 지하 터널로 들어서자, 핸드폰을 들이댄 내 모습이 찍혔다.

지하철을 내려선 보라매공원길!

자전거와 아이들은 됩니다. 오토바이는 안됩니다.

겨울 아침,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아직 떠나지 않은 낙엽 위에 덮여 있다.

어쨌건, 찬 공기와 하얀 눈이 마음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보라매공원 호수에 사는 오리 커플을 아시나요?

출근길에 어김없이 만나는 정다운 친구들이다.

추운 겨울날에는 이렇게 얼음에 둘러싸인 채 둥실 떠 있는다.

물오리들은 배가 차갑지 않을까 한번 걱정을 해 본다.

호수가 얼음으로 가득차면, 오리들이 시멘트 바닥의 온기를 느끼러 올라온다.

"늬들은 가던 길 가라구!" 하고 눈을 붙인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공원길 위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낙엽이 함께 눈을 맞은 채 놓여있다.

한층 밝아진 출근길, 뚜벅뚜벅 직장인은 걸어간다.

보라매공원 가로수길, 나무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드리운다.

해가 어디만큼 왔나?

매일 보는 해지만, 드라마틱하다.

강렬한 에너지. 충전하고, 일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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