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을 그린다는 것
퇴사를 했다. 출근을 안한다. 아침 시간이 생겼다.
가족들의 아침 밥을 챙겨주고 부리나케 7시 전에 출근을 했었는데...
<매일 15분 나만의 그림 한끼>라는 책을 보고, "바로 이거다!" 했던 것이다.
그저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을 한번 그려 보았다.
CD 플레이어는 재생되지 않지만, 내가 직접 그리고 나자 마치 살아있는 기계 같다.
이건 우리집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별이"
실물의 흰 털 느낌이 그림에선 잘 살지 않았다.
"아, 눈의 높음을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주연아, 나 퇴사했어!"
"그럼, 바다지!"
친구는 우등고속버스 표를 예매해주었고, 럭셔리한 차편을 타고 3시간 뒤.
우리는 모래 위에 앉아서 파도소리보다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가 데려가 준 속초 바닷가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커플 모녀를 보고 그렸다.
초상권 침해에 대비해 얼굴은 드러나지 않지만, 그래도 사진 사이즈를 줄였다.
변함없는 일상이 시작되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지는 않지만,
매일 15분 나만의 그림 한 끼.
연필로도 그려보고, 만년필도 도전해보는데...
썩 신통치 않다.
본 것과 그린 것이 다른데, 내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응?"
"응. 아냐, 별아."
붓펜 도전.
색연필도 도전!
문우들과 동해로 떠난 여행길 스케치다.
아침 바다. 그리는 동안 저만큼 간 배도 찍었다.
출퇴근 시절, 매일 아침 보던 한강 물빛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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