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선아 Apr 06. 2019

힐링 스케치 #2

여행지의 순간 그리기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의 꿀맛이다. 마음에 사진을 찍듯이, 눈으로 본 새로운 풍경을 손으로 그리며 기억에 남긴다.

홍콩 몽콕 로얄플라자 호텔 창가 전망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 창밖에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 어떤 옥상에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한 남자의 일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홍콩 여행을 떠올리면, 옥상 정원을 가꾸던 그 아저씨가 생각난다. 런닝 차림으로 나와서 뒷짐을 지고 화초와 채소밭을 들여다보다가, 긴 호스로 물을 주었다.

멜버른 도크랜드 거리 공연

여행지의 사람들은 마치 여유 있는 삶을 연기하는 연기자들 같다. 각박한 삶을 도망쳐온 여행자는 지나가다 들리는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의 바람과 냄새와 사람들의 기분을 느낀다.

멜버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여러가지 탈것들

멜버른에서 좋았던 트램. 시내를 도는 트램이 무료여서 여행하기 좋다. 멜버른 시내에는 말도 있고 트램도 있고 또 자동차도 있다. 자동차의 창문과 트램의 창문과 말들의 눈가리개를 까맣게 색칠해서  투명한 창 느낌을 주고 싶었다.

모닝톤페닌슐라 소렌토 마을

소렌토 마을 바닷가에서 본 커플. 갈매기들과 파도와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아아, 그런 순간들을 나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바다 저편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바닷가 산책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개와 함께 온 외국인을 그렸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생각이 났던 것 같다. 할머니 애먹이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바라며.



필립 아일랜드에서 본 말

필립 아일랜드의 농장에는  동물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만히 쉬고 있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을 할까 오래 곁에 있었다.

필립 아일랜드는 펭귄 퍼레이드와 코알라 보호센터로도 유명하다. 숨 죽이고 만났던 펭귄들과 코알라도 곧 그려볼 생각이다. 나무 위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주무시던 코알라 모습!

단디농 산책길에서 만난 천사

토마스 기차의 모델이 된 퍼핑빌리를 타고 도착한 숲 속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숲 속 나무 아래 놓인 하얀 조각상을 보았는데, 나무와 넝쿨 사이에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분 같았다.

사샤프라스 동화마을에서 본 장식품

사샤 프라스 동화마을에서 미스 마플 찻집에 갔다. 미스 마플은 할머니 탐정인데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카페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모습을 관찰하고 단서를 얻는다고 한다.

찻잔과 밀크티, 체리 잼과 머핀을 먹는 오후의 티타임은 호사스러운 시간이다. 차 한 잔이 주는 여유.. 그래서 찻잔을 바라보고 그리는 시간은 또 한 번의 티타임을 누리는 느낌이다.

멜버른 빅토리아마켓 노천카페

흰색 원피스의 그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혼자 노천카페에서 보내는 한낮의 망중한.

모닝톤 페닌슐라 국립공원

날이 더웠고, 나뭇가지가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우리는 바다로 갔다. 바다에 가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원시의 기분을 느낀다. 오렌지를 까먹고, 낚시하는 사람들과 바다새들을 본다. 슬슬 일어나서 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집을 떠나온 거리가 눈앞의 모든 것들을 멋져 보이게 한 것일까?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여행자의 눈으로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

이전 24화 힐링 스케치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