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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나 신 Oct 27. 2020

국경을 뛰어넘는 연봉 협상의 공식

해외 취업 연봉 협상이 막막하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대체 얼마를 받아야 적당할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항상 드는 생각이겠지만,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취업이나 이직을 하는 경우 급여에 대한 혼란은 증폭된다. 민감한 주제이기에 잘 아는 지인이 아니라면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연봉과 기타 복지 혜택이 비교적 넉넉하게 주어지는 주재원과 달리, 현지 채용으로 외국에서 일하게 될 경우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연봉 협상은 절대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물론 나에게도 얼마가 됐든 뽑아만 주신다면 이 한 몸 바치겠노라 버릇처럼 말하던 햇병아리 시절이 있었지만, 지난 6년 남짓 동안 국경을 3번 넘어 일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나라로 가게 돼도 자신 있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배짱과 노하우가 생겼다. 핵심은 내가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연봉이 과연 얼마인지 파악하고 그 금액에 대한 정당성을 찾는 것. 업계 평균이 이러하다며 무조건 생떼를 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프로답다.




희망 연봉 책정에 고려해야 할 주요 4요소

1. 물가 차이: 우리의 목표는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다. 월세만 최소 1-2백만 원대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살다가 태국처럼 물가가 저렴한 나라로 가게 된다면 고정 지출이 줄어들게 되니 적게 받아도 최종적으로 저축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여러 방면에서의 물가 차이를 고려했을 때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 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작년에 방콕에서 싱가포르로 이직할 당시 Numbeo 사이트의 물가 차이 정보를 활용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서 강조해야 할 것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업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의 개인적 행복과 정신적 건강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운동과 같은 취미 생활 비용까지 포함된 그 나라에서의 가상 지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


2. 업계 및 조직의 평균 연봉: 우리가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평균 연봉 정보는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협상의 결정적 기준으로 활용할 수는 없지만, 희망 연봉의 적정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하면 좋다. 중견 기업 이상의 규모라면 PayScale이나 Glassdoor 같은 채용 정보 사이트를 통해 지역 및 직급 별 평균 연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특정 국가의 산업 별 연봉 정보는 정부와 채용 대행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구글링 하면 찾을 수 있다. (예시: Singapore Salary Guide 2020 by Michael Page, Median Monthly Basic and Gross Wages of Common Occupations by Establishment Size in All Industries by Singapore Ministry of Manpower)


3. 현재 연봉: 근래에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현재 연봉을 기준으로 한 연봉 책정의 타파를 주장하고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현재 연봉을 노출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직도 현재 연봉이 연봉 책정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현재 연봉에서 20%-30% 정도 인상된 금액이 물가 차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업계 및 조직의 평균 연봉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사실 가장 깔끔하게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월급과 상여금 (급여 명세서를 통해 증명할 수 있는 세전 금액), 그리고 기타 복지 혜택을 대략적으로 액수로 환산하여 현재 총연봉의 20-30% 인상 금액과 1, 2번의 금액을 비교해보자.


4. 국가 특정 정책: 세율 및 급여 관련 정책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인데, 그 이유는 인사팀에서 이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타 국가에 비해 비교적 세율이 낮은 편이고 (2%-22%) 소위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Annual Wage Supplement 또한 상여금과는 별개로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희망 연봉 총액을 인사팀에 무작정 던져줬다가는 이것저것 깎여서 매월 받는 월급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과 AWS, 그리고 성과에 기반한 상여금을 보장받는다는 가정하에' 특정 액수의 월급을 희망한다는 식으로 협상하는 것이 더 좋다.


협상보다 더 중요한 사전 확인 작업

3년 전, 수 차례의 면접을 거쳐 거쳐 태국 모 대기업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아냈지만 연봉 협상이 결렬되어 입사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큰 규모의 회사라 당연히 원하는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까 보니 해당 채용 건에 할당된 예산의 규모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간 채용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쏟은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회사가 나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본격적인 면접에 앞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전형 초기에 현재 연봉이나 희망 연봉을 정확히 밝힐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의 선을 원하는데 괜찮겠느냐'라는 식의 가벼운 질문을 통해 연봉에 대한 기대치를 미리 조율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간혹 채용공고에 연봉 대가 나와 있기도 하니 잘 읽어볼 것.


마지막 한 수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희망 연봉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은 현재 연봉부터 물가지수까지,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 대 숫자 협상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이제는 온라인 미팅 상으로라도 얼굴을 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해보자.


외벌이라서, 자녀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청약이 있어서... 나의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가적인 상황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고 진심으로 이해를 구한다면, 회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유동적으로 접근해 줄 수도 있다. 한 때 인사팀의 일원으로 채용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주위의 많은 사례를 지켜본 결과, 내규가 있는 회사라도 누군가 총대를 메고 주도하면 내규 연봉 구조에 대한 예외 경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정 불가하다면 사이닝 보너스나 이사 비용 등 다른 방법으로 연봉 패키지의 크기를 키울 수도 있다.  나 또한 이러한 방법으로 원하는 금액을 받아낸 적이 몇 번 있다.




각기 다른 경제 수준과 근무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일하고 살아보니 돈의 가치는 지극히 상대적이다. 항간에는 내 나라를 떠나 해외에서 일하는 만큼 무조건 많은 돈을 받아 마땅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인력에 비해 채용 과정이 복잡하고 리스크도 큰 외국인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고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절대적인 액수보다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해본다면 불편하고 복잡한 연봉 협상이 한결 수월하고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야 일도 잘할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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