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글 아님...브랜디드 컨텐츠 아닙니다...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혜초여행사는 우리가 잘 아는 큰 여행사들에 비해 비싸다. 그렇게 잘 알려진 여행사도 아니다. 광고를 안 하니까. 그리고 혜초하면 <왕오천축국전>을 쓴 승려 아닌가. 국사시험에 주관식으로 맨날 나오는 문제의 정답. 그래서 모두가 불교 전문 여행사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잘 몰랐다. 엄마 성당 지인분들이 혜초를 통해서 여행을 많이 다녀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어른들 많이 이용하시는 회사인가 보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돈 많고 까다로운 엄마 지인분들이 가시는 거면 그래도 괜찮은 건가 보다 정도?
패키지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슬슬 좀 알아보니 쇼핑, 옵션이 끼어있는 여행사들의 상품들이 내 성에 차지 않았다. 10일 동안 3개국을 후다닥 도는 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의미 있겠지만 나의 추구미는 아니었다. 그 무렵에 엄마가 말해줬던 혜초여행사가 생각났다. 지금은 좀 개편이 된 상태지만 예전에 봤을 때는 홈페이지가 너무 구려서 약간 미심쩍기도 했다. 그런데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카테고리나 기획들이 너무 내 스타일이었다. 트레킹, 문화역사탐방, 도보여행 이런 것들에서 양산형이 아닌, 찐여행자가 만든 프로그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여행 쪽은 직접 일을 해보면 더 느낀다. 이게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건지 그런 흉내만 내는 건지.
그리고 함께 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이건 상품마다 좀 다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15명으로 마감인데 어찌어찌 한 명 더 끼워서 가게 된 케이스였다. 30명씩 몰려다니는 여행이라면 기가 빨려서 질색팔색하고 한국에 먼저 돌아왔을 것 같은데, 16명은 모여있으면 조금 많은 듯하지만 적당히 흩어지면 혼자 다니는 느낌도 나는 인원이라 큰 불편함이 없었다. 버스도 35인승을 16명이 타고 다닌 거라 이동시간이 꽤 많았음에도 주변 사람으로 인해 괴롭지 않았다. 함께 여행을 간 분들이 대부분 너무 좋은 어른들이었던 것 또한 쾌적한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번에 내가 뽑기를 잘한 것 같다.
한 가지 더,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옵션이나 쇼핑이 없는 것도, 약간 느슨한 일정으로 여행하는 것도 좋았다. 오히려 너무 쇼핑이 없으니까 내가 근처 까르푸를 찾아서 좀 가자고 할 정도였다. 이런 패키지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어른들께 민폐를 끼칠까 봐 완전 초긴장상태긴 했지만, 다른 패키지를 경험해 보신 분들이 이 정도면 그렇게 타이트하지 않은 여행이라고 하셨다. 다른 데는 아침부터 밤 9시까지 막 돌아친다고... 생각해 보면 저녁 식사 이후 일정은 특별히 없었어서 나도 좀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돈값을 해서 좋았다. 나는 돈값을 한다는 것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랬다. 여행을 가면 먹는 건 대충 먹어도 잠은 좋은 데서 자야 하는 사람이라 숙소 컨디션에 엄청 민감한 편인데 비싼 만큼 숙소 퀄리티에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졌고, 인솔자가 따로 있어서 순발력 있게 스케줄을 조정하고 가끔씩 나오는 컴플레인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내가 이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까 부모님 보내드려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함께 갔던 분들 중에 혜초여행사를 통해 이미 여러 번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 많았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재구매율 높은 게 짱인데, 그럴만하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좀 있다 보니 고객들의 연령대가 꽤 높은 것은 나만의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아쉬움이었지만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성비와 럭셔리 그 중간 어디쯤을 찾고 싶은, 어정쩡한 내 나이대 친구들은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를 외치고 있지만 나 또한 언젠가 나이들 것이고 돈이 있다면 혜초를 찾을 것이니까. 오히려 나이 들어 몸이 고단한데 가성비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 더 서글플 것 같으니 계속 이렇게 좋은 패키지여행에 참여할 수 있게 바짝 벌어야겠다는 각성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내가 패키지여행 경험이 많다면 비교해서 쓸 수 있었을 텐데 초장부터 너무 고퀄 여행을 가버려서 그냥 경험담 정도가 되어버렸다.
더 자세한 여행은 혜초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참고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