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비긴 어게인과 커플들
이별 후 의외의 발견
1.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의 모든 노래가 헤어진 후 듣기 아주 좋다. 너무 구슬프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노래들이 구질한 연애의 끝에 대한 내용이다. 왜 이걸 전에는 몰랐을까. 이별을 겪기 전에는 그냥 찌질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도 그와 같이 찌질한 상태이자 구질한 기분이라 그런가. 슬프긴 한데 슬퍼서 쭈구리가 된 나 스스로에게 자조적이기도 한 복잡한 기분을 되게 잘 표현한다.
원래도 좋아하던 노래지만 '오늘 같은 날'과 'TV를 봤네'를 연달아 들으니 눈물이 콱. 그러다가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가 나오면 또 웃음도 나고. 앨범을 통째로 반복 재생시켜두었다.
2. 영화 '비긴 어게인'은 나를 위해 만들었나요
마치 나처럼 오랫동안 연애 후 이별한 사람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을 만큼 찰떡이다. 사운드트랙을 계속 듣고 있는데 'Like a fool'과 같은 노래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온 세상의 배신으로 실연당한 사람들, 이 노래를 들으세요. 'Like a fool'은 우리의 주제곡과 같습니다 여러분!
Cause you have taken All the wind out from my sails
이미 넌 내 돛에서 모든 바람을 앗아갔지만
And I have loved you just the same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널 사랑했어
And you have broken every single fucking rule
그리고 모든 망할 원칙들도 어겨버린 널
And I have loved you like a fool
그래도 난 사랑했어, 바보같이
새롭게 생긴 걱정거리
1. 커플들이 걱정스러워
길거리의 연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아니꼽다는 게 아니라 걱정스럽다. 저들은 서로의 속내를 알고나 있는 걸까? 둘 다 서로 사랑은 하는 걸까?
2. 바람 한 번 안 피운 노부부가 있을까?
젊은 커플뿐 아니라 노부부들도 마찬가지. 예전엔 애틋한 노부부를 보면 뭔가 흐뭇한(이 표현을 으르신들께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들었는데. 이젠 의아하고 믿기지 않는다. 난 단 5년 만에, 그토록 열심히 사랑했는데도 의지와 상관없이 파탄이 났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고? 아마 누군가의 외도를 한두 번쯤 참아주었지 않을까? 그냥 정으로 살고 있는 거 아닐까?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서로를 믿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