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2일째. 나이에 따른 헤어짐의 태도

30대의 이별은 처음이라서요

by 하마

배우 윤여정이 자신도 60대를 처음 겪어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지. 우리 모두는 이 나이를 처음, 그리고 단 한 번만 겪는다. 같은 일을 겪어도 나이에 따라 극복하는 게 더 쉬워지기도 어려워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누군가 내 외모를 지적하면 한참 땅굴을 팠지만 지금은 쿨하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몇 년 전에는 ‘갑자기 실직자가 된다면?’이라는 생각이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불안감이 한 컵 정도 더 생겼기도 하다. 20대와 30대의 두려움은 분명 다르다.


20대와 30대의 연애

단순히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연애가 어렵거나 복잡해지지는 않는다. 20대에는 막무가내의 열정적인 연애를, 30대에는 계산적이고 쿨한 연애를 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상대의 외모를 보던 친구는 30대까지도 언제나 ‘얼빠’로서의 연애를 했고, 대학생 때부터 재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친구는 탄탄한 직장의 상대와 결혼했다. 그 누구보다도 계산적이고 쿨한 연애만 하는 스물 중반 친구도 있고, 언제나 꿈꾸는 듯한 연애를 하는 언니도 있다. 나 역시 20대에는 하지 못했던 열정 어린 연애를 30대에 했다. 헤어졌지만.


정확히 32살, 내 30대의 첫 이별이었고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중 두려움과 불안감이 컸다. 20대의 이별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슬픔이나 배신감은 언제나 있었지만 ‘다음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이별에서는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몇 년 동안 다음 연애를 하지 못하면 이 이별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경험치가 연애를 어렵게 만든다

나이로 연애 스타일을 나누는 모든 편견에 반대하지만 단 한 가지, 나이가 들 수록 연애 상대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말은 공감한다. 사람들은 그게 ‘나이가 들 수록 계산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일단 첫 번째로, 괜찮은 사람들은 눈썰미 좋은 이들이 이미 채갔기 때문이다. 30대부터는 슬슬 결혼을 하거나 장기 연애에 돌입하는 시기인데 조금만 매력적인 사람들은 이미 연애 중이거나 결혼을 했다. ‘이 사람 좀 괜찮은 듯?’ 싶으면 하나도 빠짐없이 손가락에 반지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에게 보는 눈이라는 게 생겼기 때문이다. 나이가 찼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에 대해서 이전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 20대에는 나와 맞지 않아도, 좀 이상한 구석이 있어 보여도 나 좋다니까 한번 사귀어 볼까? 하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제는 경험치가 쌓이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의 결말이 어떨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앞길이 보인다. 절벽길로는 가지 않게 된 것이다.


헤어지자고 말하려는 순간 조금 더 주저하게 된다는 것

바람을 피운 상대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순간 ‘이게 내 마지막 연애는 아니겠지?’라는 불안감이 나를 조금 주저하게 했다. 불안보다는 헤어져야겠다는 확신, 이 연애는 이미 끝났다는 슬픔이 더 컸기에 단호하게 이별을 고했다, 이번에는. 걱정스러운 것은 내가 이제야 30대라는 것이다. 아직 거리낄 것이 없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별이 두렵다면 난 앞으로 몇십 년의 인생 동안 얼마나 더 큰 두려움을 자주 느끼게 될까? 두려움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날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연애 물론 너무 좋지만, 혼자여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으로 몇십 년을 혼자 지내겠다는 건 아니다. 연애해야지. 하지만 어떤 연애에서든 ‘이별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면 그 관계는 이미 한쪽에 종속된 것이다. 나이가 더 들 수록 연애 상대를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 그것이 두려워 최악의 상황에서 이별을 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인생을 혼자 사는 것보다 더 외로운 연애를 하게 될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얻은 이 깨달음을, 60대가 될 때까지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 열심히 좋은 연애들을 하면서.



*표지 이미지 : <WHERE'S WALLY?>_MARTIN HAND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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