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과 비추천 총정리
이별 후 적극 추천
술 먹기 : 만국 공통 이별 후 베스트 작전. 술이 술술 어쩜 이리 잘 들어가는지. 하지만 다음날 숙취가 시작되면 마음도 괴로운데 몸까지 힘드니 기분이 최악이더라. 숙취가 너무 심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마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물론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전화기는 꼭 끄든지 던지든지 금고에 넣고 잠그든지 게이트키퍼 한 명과 함께 마시든지 하자.
친구들에게 도움받기 : 이별 후는 인류애가 바닥을 치는 시기. 친구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냥 곁에서 내 결정을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든든한 신뢰만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된 적이 없었다.
예술적인 건 무엇이든 : 단언컨대 실연 후는 사람의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복합적인 감정이 1분에도 스무 가지씩 휘몰아치기 때문에 무언가 창의적인 일을 해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간다. 난 할 수 있는 게 글밖에 없었지만 그림이나 노래나 뭐든 좋아하는걸 하나 시작해보기에 의외로 좋은 시기다. 평소 흘려듣던 노래를 다시 듣기만 해도 전과 다른 감상이 느껴질 것.
산책 :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땐 그냥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자.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을 산책해보면 그 생각이 너무 어둡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골방에 처박혀있을 때보다 기분이 좀 낫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잔 들고. 눈물이 터지면 얼른 집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멀지 않은 곳으로.
이건 잘 안되더라
일 : 일은 정말 안되더라. 헤어진 뒤 일주일 동안 업무를 어떻게 봤나 기억이 안 난다. 물 뜨러 가서 한참, 화장실 세면대에서도 한참을 멍 때리다 오기 일쑤였다.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될 것.
새로운 사람 만나기 :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호감형으로 보이기 어려운 시기다. 아주 친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를 만나기도 싫다. 어떤 타입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쌓이는 타입이라면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이 허무함은 누구랑 함께 있는다고 해서 채워지지도 않는다.
쇼핑 : 헤어진 둘째 날 카드를 하도 긁어서 일주일 동안 택배가 문 앞을 떠날 일이 없었다. 맘이 허하니 돈이라도 펑펑 쓰게 되더라. 하지만 그때 산 물건이 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그다지 성공적인 쇼핑도 없었다. 차라리 달달한 디저트를 사 먹었으면 내 입으로라도 들어갔을 텐데.
관심 끄기 : 전 애인에게 관심을 끄고 싶은데 이건 정말 영 안된다. (혹시라도 통화버튼이 눌릴까 봐 비행기 모드를 켠 채로) 바뀌지도 않는 프사를 자꾸만 기웃거리고 가능한 경로를 총동원해서 염탐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그의 모습에 상처를 입고, 상처 입은 나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다.
시간을 빨리 돌리기 : 열심히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실패.
*표지 이미지 : <WHERE'S WALLY?>_MARTIN HAND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