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4일째. 카톡의 폐해

우리가 잃어버린 대화방은 어디로 갈까?

by 하마
일상의 재미를 찾는 순간 불행해진다

헤어진 뒤 가장 나를 괴롭히는 것이 '카톡을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것일 줄은 미처 몰랐는데. 가령 퇴근길에 버스 뒷자리 할머니가 자기 옆집 개가 이만큼이나 시끄럽다며 너무나도 큰소리로 직접 개소리를 흉내 낼 때. 또는 길 건너 옷가게 주인과 가게 앞을 지나며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가 우연히 커플룩처럼 입었을 때.


이런 일상의 시시콜콜한 재미를 발견했을 때 주책맞은 나의 뇌는 멈출 새도 없이 '그에게 카톡을..'이라는 생각을 해버린다. '그에게 카..'까지 생각하고 '아 안돼 이런 생각은!' 할 때는 이미 생각이 끝나 있다. 그럼 난 또 전 애인을 잊지 못하고 떠올렸다는 것 때문에 조금 울적해진다.

문제는 이런 사소한 일이 일상에 깔렸다는 것이다. 카톡의 폐해는 단카방도, 읽음 표시도 아니고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평소에도 원체 쓸데없는 대화를 많이 하던 커플이어서 매일매일 그냥 주야장천 틱톡 틱톡 카톡을 해댔다. 5년간. 이젠 카톡방은 닫혔는데 뇌는 아직도 우리가 끝났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매 순간 혼자라는 생각이

잠에서 깨면 깼다고, 자면 잔다고, 밥 먹으면 뭘 먹었다고 얘기할 상대가 사라지니 매 순간 자잘히 헤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자다가 잠시 깼다가 다시 잠드는 순간까지도 '나는 이제 혼자야'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파편화된 외로움을 느꼈다.


잃어버린 시와 닫혀버린 카톡방은
어디로 갈까?

숀 탠의 책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에는 사람들이 쓰다 만 시가 모여 큰 공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접어두고 버리고 잊어버린 시가 모여 공이 되었다가 비바람에 다시 작은 단어 조각으로 흩뿌려진다.


버려진 시 쪽지들이 모여 공을 이루다

연인들이 몇 년간 매일을 공유하던 카톡방은 아주아주 긴 사랑의 대화이자 시인데. 헤어진 뒤 차마 나가지도 못하고 점점 뒤로 밀려나는 그 대화창들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언젠간 잊힐까? 카톡을 열 때마다 그 대화들이 아직 저 아래에 남아있다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될까?


언젠간 망설임 없이 '대화창 나가기'를 눌러 5년의 기나긴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표지 이미지 : <TAILES FROM OUTER SUBURBIA>_SHAUN 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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