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06. 모든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지난주, 서가에 몇 권의 책을 올렸다.
아직은 ‘채운다’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놓아본다’에 가까운 순간이었다.
책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서가들을 보게 됐다.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이유로 이 책들을 골랐을까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의 취향과 방향을 조용히 짐작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니 문득,
이 공간이 단순히 책을 모아두는 곳이 아니라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닿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이에 두고,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깊게 이어지는 인연.
처음 기획했던 분과 나눈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꽤 단단한 질문 위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왜 이런 공간이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들.
그래서인지 아직 비어 있는 서가들마저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채워지지 않은 자리들이 오히려 기대를 남긴다.
우리의 서가도, 이 공간도 아직은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더 설레고, 더 궁금하다.
앞으로 이곳에 어떤 이야기들이 쌓이게 될지.
어떤 서가 한켠에 시인이 남긴 수첩이 있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시를 적어둘 수 있는 자리.
그 사람과 언젠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조심스럽게 몇 줄의 글을 남겼다.
⸻
〈같이 있는 방식〉
같은 공간에 놓여 있지만
각자의 방향을 가진다
서로 다른 마음들이
나란히 머물고
그 방향들 사이에서
나는 몇 번이나 멈춰 선다
아직 나의 방향은 없지만
조금씩 배워가듯 지나가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닿는 쪽으로
조용히,
나를 세워본다
⸻
집으로 돌아와,
아직은 비어 있는 우리의 서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철학가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발견한 오스트리아 철학가 마르틴 부버.
마르틴 부버는 말한다.
“모든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이곳에서의 만남도,
조용히 그렇게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