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몰라서
00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서 나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을 일러주는 이는 내게 없었다. 내가 아는 방법이라곤 나의 부모님도 그러했듯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동의 대가로 버는 방법밖에 알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혼자의 힘으로 돈을 벌어본 기억은 2007년 3월이었다. 홍대 정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독특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3가지 맛의 라면만 파는 라면집이었다. 이 라면집의 손님용 테이블은 요리하는 사람을 마주 보는 bar형태였고, 의자는 10개 남짓이었다. 작고 아담한 라면집은 이 지역 내에서 인기 맛집이었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곳에서 주문한 라면과 함께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로 무한 제공된 식빵과 땅콩버터와 간장에 조린 문어 찰밥, 탄산음료 같은 사이드 메뉴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라면집의 실내장식에는 전체적으로 일본 문화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꾸며놨으나 장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조금은 엉터리가 많았고 그래서 더 독특하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라면집에서 일한 대가는 시급으로 계산되었고 시급은 3,000원 대였다. 매일 6시간~7시간씩 일한 대가로 한 달 급여를 받았다.
첫 번째 돈벌이 이후에도 나의 돈벌이 방식은 같은 방법이었다. 일식집에서의 서빙과 설거지하기, 퓨전 주점 집에서의 서빙과 설거지하기, 과사무실의 근로학생이 되어 커피 타기와 복사하기, 심부름하기, 그리고 친구의 아르바이트 일을 잠깐 이어받아 코엑스에 있던 문구류 파는 곳에서 하루 종일 서서 매대를 돌보는 일, 커피를 나눠주며 특정 회사 신문 구독을 홍보하는 일, 주말에는 명동의 한 호텔 안에 있던 수제 햄버거집에서 6시간 동안 설거지 하기 등등... 돈벌이의 모양새는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방식이었다.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벌었다.
쉼 없이 해온 아르바이트에 이어 졸업한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어떤 회사의 노동자로 취업하여 다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었다. 내가 돈 버는 방법은 같은 방식이었고 그것이 전부였다.
십여 년을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고, 서른을 한참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갑작스레 퇴사를 하게 되어 다시 돈벌이 방식을 궁리했을 때 한 가지 방법밖에 알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졌다. 노동자로 일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방법은 떠오르지 않지만 나는 회사를 다시는 다니지 않기로 결정했으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했다. 골몰하여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 가지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받아들이는 방법 밖엔 없는 것 같았다.
좋은 방식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그 생각에 대해 방어적이고 보수적으로 생각의 방향을 바꿔서 받아들였다. '돈 버는 것 빼고 다 해보기'라고 결정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반드시 돈 버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일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나의 재능과 내가 해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총동원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돈 버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정말 괜찮아하기로 결정했다.
긴 시간이 필요한 결정이었고, 그만큼이나 어려운 결정이었다. 은행 잔고를 보면서 결정해야 하는 일들 중에는 쉬운 일은 없었다. 생계를 이어 나간다는 것은 숭고한 일인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만약에라도 내가 굶어 죽는 일은 없어야 했다.
'돈 버는 일 빼고 다 해보기'라는 주문을 걸자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중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떠 오려 보았다. 웹 개발 기술(HTML5, CSS3, javascrit, jQuery, php, node.js, 워드프레스)과 디자인 툴(XD, Photoshop, Illustrator)을 다루는 능력, 그리고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일기 쓰기, 자전거 타기가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도 떠올렸다. 운동 시작하기, 일기를 모아서 나의 수필 책 출판하기, 혼자서 할 수 있는 디자인과 개발이 합쳐진 프로젝트 진행하기, 매일 웹 개발 신기술 공부하기.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여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고, 당분간은 굶어 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나에게 당부했다. 즐겁게 이 주문에 취해서 정말로 그런 삶이 다가온 것처럼 살아보자고 나에게 다독였다. 돈 버는 방법을 모르니 그것을 빼고 다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