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는 어떻게 살았지?
00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서 나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생계유지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일 년을 살아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그것이 반드시 돈벌이로 연결이 되지 않는 삶의 방식대로 살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 년 만.
통장 잔고를 보면서 결정했다. 일 년 동안 돈벌이가 전혀 없더라도 아끼고, 아끼며 살면, 일 년 정도는 괜찮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결정은 했지만 걱정거리도 있었다. 내가 먼저 떠올랐던 걱정거리는 '좋아하는 양념통닭을 못 먹게 될 수도 있다.'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걱정거리들은 '심하면 굶어 죽을 수도 있어.', '카드 값을 못 내면 독촉 전화를 받을 거야. 그리고 휴대폰 비를 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그러면 데이터를 쓸 수 없어. 한 달에 750MB이지만 이것조차 못쓰면 밖에 나가서 길을 찾을 때 지도를 볼 수 없어서 당황스러울 텐데... 맞아, 그리고 이 집 이사 오면서 받았던 대출 이자금을 갚지 못해서 집에서 쫓겨나게 될 수도 있겠어.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하지?'... 등등등 생계와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돈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나였다.
나의 이런 걱정거리는 20대에 겪었던 극심한 생활고 때문이었다. 일은 했지만 월급을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다. 서울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인 원조 없이 월급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던 사회초년생 시절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경제적인 기반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카드사로부터 독촉 전화를 받고, 휴대폰이 끊기고, 월세를 늦게 내며 눈치를 봐야 했고,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자 전화를 했던 경험. ( 돈 빌리는 전화를 하는 것은 이제 죽기보다 싫지만 인생은 모를 일이기에 죽기 직전엔 돈 빌려달라는 전화를 할 수도 있겠다. )
그때의 경험으로 아끼고 사는 지혜가 생겼다. 물건들에 있어서는 오래 사용해야 하다 보니 외관상으로도 흠집이 나지 않게 소중하게 대해야 했고, 길게 사용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도 해야 했다. 진짜 필요한지 세 번 이상 생각하고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보면 끝내 사지 않게 되는 물건들도 생겼다. 물건을 아껴 쓰고,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물건이 점차 사라지고, 저축을 하며 다시 올지도 모르는 생활고에 대비하는 삶.
경력이 쌓이며 연봉이 올라가고 풍족하게 돈벌이를 했음에도 아끼는 삶의 방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생활고의 괴로움과 두려움은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게 만들었다.
그런 나에게 나는 '걱정 말라' 다독였다.
'일 년'이라고 기간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스무 살 때 가고 싶었던 대학을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 년. 아깝게 떨어져서 다시 도전했던 일 년(그러나 끝내 합격하지 못했다). 개발자가 되고자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일 년. 개똥 같은 회사에서 버틴 일 년. 그 일 년이 모여서 만들어낸 나의 경력.
삶도 하루,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이. 경력도 일 년이 모여 10여 년의 경력이 되었고, 경험이 일 년씩 모여 내 삶의 기술이 되었다. 무엇을 하든 일 년을 온전히 투자할 수 있다면 그 일이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경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삶의 태도에 있어서 무엇이 되고자 했을 때도 일 년이었고, 무엇이 되지 말자고 했을 때도 일 년이었다. 금연을 결심했을 때도 첫 일 년이 중요했던 것처럼.
일 년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그 이후의 삶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