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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박물관

돌고 돌아

by 미하

바람이 분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놓은 듯. 샤워헤드를 통과한 물이 바람에 날려 흩뿌리듯 비가 내린다.


수도박물관은 여러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과 환경 전시관, 본관, 별관, 야외 공간.

관람의 첫 순서부터 깊이 빠져들어 이내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물인지 물이 나인지 모르겠다.

물론 사람의 몸은 70% 물로 이루어져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온통 나다. 나의 이야기가 잔뜩 이곳에 있다. 너에게 전하고픈 말이.


큰 물이라는 뜻의 아리수는 고구려 때부터 전해오는 한강의 옛 이름으로 서울의 수도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수도박물관에는 물의 이야기가 아주 많다.


물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땅과 하늘 사이를 돌고 있다. 끊임없이 돌고 돈다. 물의 순환. 물이 순환해야만 지구가 깨끗해지고 생태계도 제대로 유지된다. (라는 말이 적혀있다)

내 마음은 끊임없이 너를 돌고 돈다. 한순간도 네 생각이 쉬지 않고 흐른다. 생각이 돌지 않고 어느 지점에 멈춰버리는 순간, 그때부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안 좋은 생각이 나를 덮치고 금방 나쁜 결말 속에 우울해진다. 우울은 나를 파괴한다. 그래서 나의 생태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생각을 계속 돌려야만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좋아하는 이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언젠가는 너에게 빗물처럼 스며들 수 있을까.


몸속에서의 물의 역할과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건강에 좋은 물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사람이 필요할 때 알맞게 마시는 물. 천천히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 갑자기 찬물을 급하게 마시면 식도가 수축하거나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자칫 기도로 들어가 사레에 들릴 수도 있다(고 한다).


너를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너무 절박해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는 너를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자꾸 커져만 가는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어 두고 온다. 서울 곳곳에. 좋아하는 마음이 작아지는 게 아니다. 커진 만큼 덜어내어 항상성을 유지한다. 점점 커지는 파이가 아니라 좋은 사이즈의 한입 음식을 만들려는 거다. 그렇게 알맞은 양만큼의 마음을 너에게 전하려 한다.


너의 식도가 수축하거나 경련을 일으키거나 사레가 들리는 건 싫다.

천천히 조금씩, 그렇지만 자주 너를 생각하기. 이것이 건강하게 너를 사랑하는 일이란 걸 알고 있다. 누군가는 모든 걸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것이 너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사실 나는 엄청나게 쏟아붓는 폭우를 좋아하지만 네가 가랑비를 좋아한다면 나는 너에게 조금씩 젖어들고 싶다.


깨끗한 아리수 공급의 핵심은 상수도관이다. 깨끗한 아리수를 공급하기 위해 상수도관을 정비하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새고 있는 아리수를 찾는 누수 탐지기법에 대해서도 전시가 되어있다. 누수가 발생했다면 지하 매설물탐지기, 청음봉, 누수 탐지기 등의 장비를 이용하여 의심 지점을 찾아 신속하게 복구한다. 실제 누수 현장의 소리를 청음봉을 통해 들어본다. 힘없는 심장 소리가 들린다.


너에게 나를 누수 없이 전달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한다. 좋은 수도관 재질로 너에게 가는 법.

다듬고 연마하기. 녹물 따위는 없게, 녹슬지 않게 정비하기. 부끄럽지 않게 발전하고 싶은 마음.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 그러면 너는 나를 좀 더 보아줄까.


서울의 수도 아리수의 캐치프레이즈를 너에게 전한다.


<건강하고 가치 있는 선택 아리수>

- 세계 최고의 수질 관리

- 더 깨끗하게! 더 꼼꼼하게!

- 서울 시민의 곁에는 항상, 아리수가 있습니다.

- 편리한 아리수로 풍요를 누리다! 깨끗한 물 아리수


네가 나를 선택한다면 그건 건강하고 가치가 있을 거야. 그러니 나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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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며 머물며, 오늘의 BGM>

곁에 (by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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