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고 금방 후회할 거면서
오늘 어떤 후배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통점이 많은 친구라 이야기는 한 시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고민을 하다 그 선배가 생각이 났다. 좋아했던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늘 갇혀있던 나를 꺼내어주었고 운전도 못 하면서 맨날 나와 시내로 놀러 나갔다. 선배가 그때 그랬다. 업무 할 때는 자주 웃어주지 마. 웃어주면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때 선배는 너무 친절하게 대하지도 마. 상처받지 마. 아프지도 말라는 조언을 가끔 해줬다. 나도 그때 선배에게 들은 만큼, 내 마음속에 있던 문장들을 꺼내 선배를 위로해줬어야 했는데, 나는 나만 힘들었다고 생각하며 선배에게 그런 말 한마디를 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선배가 떠난 이후 나에게 본인이 겪은 일들을 말해줬다. 선배는 이 삶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선배는 나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늘 나에겐 좋은 사람이라 선배가 힘들어했던 다른 이면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선배는 선배가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나에게 남겨주고 이곳을 떠났다.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선배 생각이 난다. 자주 웃어주지 마. 우스운 사람이 되지 마. 너무너무 노력하지 말라던 이야기. 선배는 업무를 하다가 힘든 일을 겪어서 죽고자 마음을 먹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의 끝을 보며 다른 길을 찾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먼 나중에 들었을 때, 나는 왜 선배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나, 정작 선배도 힘들었을 때 위로만 받았을까 되게 슬펐다.
며칠 전 화나는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화를 냈다.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화가 난 나는, 후배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이렇게 산만하고 답답하게 일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제발 시간 약속을 하면 좀 지켜. 어른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나는 행사나 회의를 할 때 늘 마음이 떨려서 30분 전에 나가서 준비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늘 마음 쓰며 일했는데 너는 정말 그냥 이 순간만 지나길 바라는 사람 같다며. 못 하겠으면 못 하겠다고 말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라고.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른다고. 허겁지겁, 허둥지둥 일하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것이라고.. 너는 위치상 케어받는 존재가 아니라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전쟁이 났을 때 저 사람만 따르면 될 것 같다는 충성심이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 있도록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 어깨에 달린 계급장을 생각하며 무게감을 생각해야 한다고. 무겁게 살으라는 것이 권위적으로 살으라는 게 아니다. 지저분한 일 먼저 하고, 남들이 안 하는 거 먼저 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내가 하는 일까지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휴게실 정리를 했다. 2006년 자료부터 빼곡히 쌓여있던 휴게실을 치워버리니 큰 쓰레기봉투 10 봉지가 나왔다. 사람들은 오며 가며 속이 다 시원하다고, 이걸 왜 여태까지 안 했을까요?라고 말했다. 나한테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시던 주무관님들도 있었다. 나는 부대를 옮겨 다니며 1년에 하나씩은 꼭 끝내자고 생각한다. 어디 창고를 다 치워버린다든지, 우리가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넘긴다든지, 이번처럼 몇 년 동안 정리를 하지 않은 휴게실 4개를 다 털어서 이번처럼 다 정리를 해놓고 지침까지 딱 붙여놓는다든지. 나는 결정적으로 이러한 것들 때문에 타성에 젖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릴 수 없다. 나서서 뭔갈 할 때마다 그런 사람들은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냐는 둥, 참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라는 둥 듣기 싫은 이야기를 굳이 굳이 했다. 그렇게 추진력 있게 했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생각난다. 그렇게 막상 끝내놓으면 다들 너무 잘했다며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할 거면서 돕지도 않는 사람들이 말은 늘 많다. 그런 사람들이 늘 많은 말을 옮기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꺾으려고 한다. 이런 말을 입으로 꺼내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어떤 근무가 과중하게 몰려있어 지침을 고쳤었다. 그 업무를 수정하고자 했을 때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고려하여 나는 모든 근무를 다 서보았고 우리 조직에서 모든 근무를 다 서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자랑은 아니지만 자랑 같은데 진짜 이게 굳이.. 자랑할 건 아니다..) 그렇게 다 서보고 난 이후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그 업무를 건든다고 하여, 몇몇 사람들이 굳이 찾아와서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나는 한 달만 기다리면 모든 이야기는 잠재워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그 사람들에게는 한 달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한 달을 어떻게 기다리냐며 매번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힐난할 때마다 사실 고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었지만 내가 생각한 방향을 믿었다.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내 결정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고. 흔들리지 말자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지침을 수정하여 전 직원의 근무 강도를 완화시켰다는 평을 받아 직장 내 우수 근무자로 선정되었다. 내가 하는 일에 돌을 던지고 삿대질하는 사람들을 보며 뒤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나쁜 말들을 들으며 사실 많이 외로웠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다들 왜 그렇게 수정을 하려고 하냐, 네가 뭔데 수정하냐는 둥 별 이야기를 다 들었지만 지금은 근무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오고 있다. 덕분에 한 달은 고달팠지만 1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내가 지금 당장은 오지랖을 떨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어도, 내가 작게 만든 변화가 언젠가 이곳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면, 내 소임은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임과 더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늘 생각을 하는 편이라 후배가 일하는 모습이 못마땅했다.
그렇게 후배에게 화를 내고 책상에 앉아 자책을 했다.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보이면 안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누구에게도 나쁘게 말할 권리가 없다. 나와 다르게 일을 한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큰 조직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이라고 할지언정 예의나 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나쁘게 말할 권리도, 화를 낼 권리도 없다. 본가로 오는 세 시간 내내 나쁘게 말할 권리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세 시간을 고민한 결과가 오늘의 이 글이다. 나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는 고민들이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더 크게 줄 수 있는 상처를, 조금은 작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우면서 어리석은 사람은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다. 더 이상의 생각을 못 하고 그 책에만 갇혀, 그 책이 인생의 전부가 되고 그것이 곧 가치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타인의 인생을 다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업 특성상 매년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인생의 양식을 본다. 타인의 인생을 읽어나가며 나 또한 꾸준히 고민하고, 또 자책하고, 가끔은 후회하고 싶다. 나의 한마디로,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누군가에게 하드코어 한 인생을 선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내가 한 일과 말로 인해 기운을 내겠지만 누군가는 나로 인하여 이곳을 지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옳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나 또한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매일 해야 한다. 너무 곧으면 곧 부러진다. 가끔씩은 굽힐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도 타인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 권리는 없다.(범법자 제외.. 범법자들은 개머리판으로 정수리 두들겨 패도 합법임)
상처를 줄 권리도, 기분을 상하게 해도 되는 권리는 없다. 그냥 삶의 양식이 다른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
과거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었다. 이 문장과 함께 오늘 오래오래 생각한 마음을 나눠본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 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꽤나 많은 말들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후배 좀 깨고 나니 부르면 5초 만에 튀어오긴 한다..
사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았습니다. 다들
(그중 내가 제..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