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도 욕 잘하는데. 씨발이라 그러고."

by 나는일학년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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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존나 짜증 나!”


“헐. 효은이가 ‘존나’라 그랬다! 선생님, 효은이 욕했어요!”


“효은이가 욕을 했어? 설마? (놀라는 척하며) 우리 반에 욕하는 사람이 있다니. 흐음. 믿을 수가 없는데?”


“욕 맞아요. 효은이가 방금 ‘존나’라고 그랬다니깐요. (아이들을 보며) 야, 너네도 들었지? (아이들이 들었다고 말한다.)”


“흐음.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며) 우리 학교에서 욕하면 안 돼. 학교 규칙에 있거든. 만약에 효은이가 욕을 했다면 보통 일이 아닌데. 먼저 정말 욕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효은이는 이리 와.”


효은이가 내 시선을 피하며 머뭇거린다. 나는 조금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효은이가 정말 욕을 했다면 큰 일인데... (교사용 책꽂이를 뒤지는 척하며) 우리 학교 규칙이 어디 있더라?”


효은이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버티기라도 하려는 것 같지만 표정엔 이미 낭패감이 배어 있다. 나는 내친김에 자리에서 일어나 팔짱을 끼고 효은이를 본다. 그러자 효은이는 시선을 옆으로 피한다. 나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효은이 쪽으로 걸어간다. 내가 책상 바로 앞까지 가자 효은이는 울면서 작은 소리로 말한다.


“나 아무한테도 욕 안 했어요. 그냥 나 혼자 말한 건데...”


“혼자 말했어?”


"(그러자 한 아이가 따지며) 혼자 말했어도 욕한 건 욕한 거죠. 맞죠, 선생님?”


“(효은이가 인상을 쓰며) 야, 그냥 나한테 욕한 거야... (나를 보며) 진짜예요. 저 아무한테도 욕 안 했어요. 저한테 욕한 거예요.”


“너한테 욕을 했다고?”


“네...”


“왜 욕을 했어?”


“...”


"욕은 나를 화나게 만든 사람한테 하잖아. 근데 왜 너한테 했어?"


"나만 짝이 없으니깐요."


"하긴, 친구들은 다 짝이 있는데 너만 없으면 화나지. 선생님도 그런 적 있는데. 그럼 친구들이 너랑 짝 했으면 욕 안할 거였어?"


"네."


"아, 그렇구나... 안타깝네."


"그니깐 친구들이 저랑 짝해줬으면 되잖아요."


"친구들이 짝 안해줘서 화났어?"


"네."


"그럼 너에게 화난 거 아니고 친구에게 화난 거지?"


"네."


"그럼 욕도 친구에게 한 거지?"


"(당황하며) 아, 그게, 아니, 저한테 한 거예요."


"친구들 다 들리게 욕했잖아. 너에게 욕하면 소리 안 나게 욕해도 되는데."


"..."


"근데 왜 친구에게 화났어?"


"애들이 저만 왕따시키고. 짝도 안 하잖아요..."


"근데 너랑 짝할 지 안 할지는 친구들이 결정하는 거야."


"그럼 난 어떡하냐구요. 애들이 나랑 짝을 안 하는데."


"그러니까 너도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해야지."


"친절하게 했다구요. 그래도 저랑 짝 안 하잖아요."


"더 친절해야지."


"친절하다니깐요."


"더. 친구들이 알만큼."


"엄청 친절하게 했다니깐요. 더 어떻게 친절하냐구요."


"그건 친구들에게 물어봐야지. 그래야 너랑 짝할지 결정할 거잖아."


"..."


"그리고... 혼자 욕해도 욕한 거야. 우리 학교 규칙이 그래. 책임져야 해.”


“아, 짜증이 나서...”


“짜증 나서 욕했어? 아, 그럼 짜증 나면 욕해도 되는지 봐야겠네. (학교규칙을 보는 척하며) 그런 내용은 없네. 그럼 불법이야. 선생님이 봐줄 수 없어. 아쉽지만 너 혼자 책임져야 해. (무표정하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려나? 만약에 우리 학교에 못 오게 하는 규칙이면 큰 일인데... 효은이가 없으면 2학년하고 경기 못하잖아."


"헐. 그럼 안 되죠. 효은이가 없으면 우리 다리에 끈 묶을 사람이 없다구요!"


"그러게... (한숨 쉬며) 뭐, 규칙이 그러면 할 수 없지만. (효은이 사물함을 열어보며) 효은이가 학교에 못 오면 사물함에 있는 것도 다 치워야 되나? 효은이 엄마께 큰 가방을 가져오시라 그래야겠네.”


내가 효은이를 몰아붙이는게 불쌍해 보였을까, 효은이와 가장 친한 연우가 편들고 나선다.


“선생님, 그럼 효은이 전학가요?"


"아니, 그건 아니고... 욕을 하면 학교에 못 오는 규칙이 있나 보는 중이야. (교실 문을 열며) 아, 교감 선생님한테 여쭤보는 게 빠르겠다."


"헐. 잠깐만요. 교감 선생님한테 말했다가 정말 학교 못 오는 규칙이면 어떡할라그래요?"


"아, 그런가? 맞아. 효은이가 학교 못오면 안 되는데. 알려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효은이 학교 못 올 뻔 했네."


"효은이는 그냥 쪼금 짜증나서 욕한 거예요. 애들이 자기랑 짝을 안 해줘서.”


“아, 그래? 친구들이 짝을 안 해주면 욕해도 되는지 학교 규칙을 봐야겠네. 짝 안 해줘서 욕해도 된다고 나와 있으면 효은이가 책임 안 져도 되잖아. (규칙을 보는 척하며) 그런 규칙이 없네. 아이고, 큰일이네.”


"친구들이 짝 안 해줬으니깐 효은이만 나쁘다고 하면 안 되죠. 그럼 쫌 억울하잖아요. (효은이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며) 울지 마. 효은아. 으이구, 그러게 욕을 왜 했냐, 너는."


그러자 효은이가 더 크게 훌쩍거린다. 난 일부러 못본 척하며 말한다.


"(규칙을 뒤적이며) 학생이 욕을 하면 일단 부모님께 연락해서 오시라고 한 다음, '효은이가 욕을 했어요'라고 알려드려야 한다는데... (전화기를 집어들며) 효은아, 너네 아빠 오후엔 안 바쁘시지? "


"(효은이가 당황하며) 아, 아빠요? 왜 아빠한테 연락하는데요?"


"아빠가 효은이 보호자잖아."


"엄마한테 말하면 되잖아요."


"학교 규칙에 부모님께 연락한다고 했으니까 아빠, 엄마 모두에게 연락을 해야지."


"우, 우리 엄마 아빠 엄청 바빠요. 식당에 손님이 많아서. 못 와요."


"그래? 그래도 선생님이 연락드리면 오실 거 같은데?"


"엄청 바쁘다니깐요? 진짜로."


"걱정 마 우리반 부모님은 선생님이 연락드리면 바로 오시기로 했거든. 혹시 네 말대로 진짜 진짜 바쁘시면 단톡방에서 말씀드려도 되고."


"단톡방요?"


"응. (폰을 꺼내 보여주며) 선생님이랑 우리반 부모님들이 단톡방에서 회의하거든. 어떻게 하면 너네 더 잘 가르칠까 의논하는 거야. 근데 효은이 엄마는 계신데 아빠가 안 계시네? 를 초대 안 했네? 아이고, 선생님이 까먹었나보다. 아빠 전화번호 좀 가르쳐줄래?"


"(효은, 더 당황하며) 우리 아, 아빠를요?"


"응. 그래야 단톡방에 초대를 할 수 있거든."


"아빠한테 뭐라고 말하려고요?"


"효은이가 학교에서 뭘 잘 하는지 알려드리지. 너 그동안 책도 잘 읽고 친구들 다리도 잘 묶어 줬잖아."


"제가 잘못한 것도 말하죠?"


"네가 잘못한 건 말씀드린 적은 아직 없어. 잘하는 것 말씀드려도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았거든."


"(다른 아이가) 만약에 잘못한 거 있냐고 물으면요?"


"잘못한 거 말해달라고 하시면 말씀드려야지. 잘못한 거 있는데 없다고 말씀드리면 선생님이 너네 부모님을 속이는 거잖아."


"(효은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만약에 잘하는 건 하나도 없고 잘못한 건 엄청 많으면요?"


"넌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잖아. 하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말씀드려야지."


"오늘은요?"


"오늘?"


"네, 오늘 욕했으니깐요."


"아, 그건 말씀드려야겠네. 욕하는 건 엄청 큰 사건이거든."


"우리 아빠한테도요?"


"응."


"(걱정하는 표정으로) 아빠한테 말하지 마세요. 엄마한테 말하면 되잖아요."


"말해야 해."


"(울며) 아, 왜요!"


"학교 규칙에 있어. 아이가 욕을 하면 선생님이 부모님과 의논해야하거든."


"그니깐요. 엄마한테 얘기하면 되잖아요."


"너네 아빠도 부모님이야."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라구요. 저 디져요.(흐느낀다)"


"혼날까 봐 걱정되니?"


"...(엉엉 운다)"


"효은이가 우니까 선생님도 마음이 아파.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효은이가 욕을 안 하고 참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연우가 나서며) 선생님, 이번엔 효은이 아빠한테 말하지 마세요. 효은이 혼난단 말이에요. 얘네 아빠 엄청 무서워요."


"(다른 아이도 나서며) 맞아요. 효은이 한번 만 봐주세요. 아빠 무섭대잖아요."


"(또 다른 아이가) 야, 니네 왜 싸가지 없이 자꾸 선생님한테 징징대. 엉? 학교규칙에서 아빠한테 말하라그랬대잖아!"


"(연우가) 야, 효은이 아빠가 엄청 무서우니깐 그렇지. 니네 아빤 안 무섭냐? 니 일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지 마. "


"야, 그럼 선생님이 효은이 아빠한테 '효은이 혼내지 마세요', 그렇게 얘기해주면 되잖아. 맞죠, 선생님?"


"미안하지만 못해. 효은이를 혼낼 지 말지는 효은이 아빠가 결정하시는 거야."


"헉. 그럼 효은이 어떡해요. 디질지도 모르는데."


"그건 안타깝지만... 선생님이 효은이 부모님한테 명령할 수는 없어."


효은이가 더 크게 운다. 난 모른척하고 수학책을 꺼내라고 한 다음, 칠판에 수업목표를 쓰고 시계를 꺼내온다.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성토한다.


"아, 선생님. 진짜 너무 하시네. 이럴 때 공부를 하면 어떡해요? 효은이 아빠한테 디진대잖아요!"


"우리 아빠도 엄청 무서운데. 우리 아빠가 소리 빽 질러서 깜짝 놀랐잖아. 디지는 줄 알았네."


"우리 아빤 안 무서운데. 가끔 오빠 혼낼 땐 쪼끔 무섭지만. 우린 엄마가 더 무서워."


"(우는 효은이를 보며) 선생님, 그냥 효은이 한 번 봐주면 안 돼요? 저렇게 우는데... 선생님도 아빠한테 혼나 본 적 있을 거 아녜요."


"효은이가 욕을 했잖아. 학교에서 욕하면 불법이야. 효은이가 처음부터 욕을 하지 말았어야지. 잘못하고 나서 울면 뭐해. 너네 일학년이잖아. 일학년은 자기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책에서 읽었잖아. 배웠으면 실천을 해야지."


"그니깐 이번에 한 번만 봐주라고요. 아빠한테 디진다잖아요."


"선생님은 모르지. 선생님이 아빠한테 혼나는 것도 아니고. 불쌍하긴 하지만 선생님도 방법은 없어. 빨리 책이나 펴. 공부하게."


내가 별 반응이 없자 아이들은 직접 행동으로 나선다.


"(연우가 효은이에게 가서 토닥이며) 야, 걱정 마.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니네 엄마 아빠한테 말해주라 그럴게. 그건 되죠, 선생님?"


"응. 그건 너네 엄마가 결정하시는 거니까."


"(효은이가 계속 울자 다른 아이가 나서며) 선생님, 그러지 말구 효은이 한 번만 봐줘요. 선생님도 아빠한테 혼난 적 있을 거잖아요."


"그럼. 선생님도 아빠한테 혼난 적 있지. 선생님이 동생 과자 뺏어 먹었는데 우리 동생이 엄마한테 일렀잖아. 그랬더니 우리 엄마가 아빠한테 말했잖아. 그랬더니 우리 아빠가 화가 엄청 나서 선생님 더러 돼지우리에 들어가 있으라 그랬잖아. 아이고, 하마터면 돼지될 뻔 했다니깐."


"헐. 그럼 돼지랑 같이 사료 먹었어요?"


"아니. 대신 엄청 울었지. 돼지가 깨물까봐. 신발에 돼지 똥도 막 묻고."


"헐. 쩐다. 그런데 다행히 엄마가 꺼내줬죠? 나도 아뻐한테 디질 뻔 할 때 엄마 땜에 살아난 적 있는데."


"헐. 어떻게 알았어? 맞아. 우리 엄마가 아니었으면 선생님은 지금 돼지가 되었을지도 몰라. 꿀꿀! (옛 생각에 잠기는 척하며) 그 다음 부턴 엄마 말 엄청 잘 들었어. 고마워서."


"(연우가 효은이에게) 야, 너도 니네 엄마한테 구해달라그래. 선생님, 그래도 되죠?"


"당연히 되지. 근데 그건 효은이 엄마가 결정하시는 거야. (다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아깝도다! 효은이가 욕만 참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연우가 효은이 편을 들며) 근데 자기도 모르게 욕이 나올 때도 있어요. 엄청 화가 나면."


"아, 그래?"


"네, 우리 친척 동생이 여섯 살인데 내 장난감을 빠갈냈단 말이에요. 근데 얘가 미안하다고도 안 했단말이에요. 저도 모르게 새끼라그랬는데. 그것도 엄청 참은 거예요. 근데 엄마는 나한테만 뭐라그러고."


"(내가 적극 동조하며) 아이고, 억울했겠네. 욕한 건 맞지만 잘못도 없이 혼이 났으니."


"거봐요. 화날 땐 욕 할 수도 있다니깐요. 우리 아빠도 욕 잘하는데. 막 씨발이라 그러고."


"(그러자 다른 아이도) 우리 아빠도 욕 잘해. 어떤 차가 우리 차에 끼어들었단 말이야. 그래서 사고날 뻔 했단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막 욕했어. 선생님도 아마 화나면 욕 나올 걸요?"


"그럼. 나도 화나면 욕 한 적 있지. 헉! (갑자기 입을 막으며) 아니, 지금 선생님이 뭐라그랬지?"


"헐. 선생님도 욕했다고 분명히 그랬죠? 야, 우리 선생님도 욕했다!"


"(당황한 척하며) 아니, 그게 아니라..."


"우헤헤. 우리 다 들었어요. 그니깐 효은이도 한 번 봐줘요. 우리도 선생님 한 번 봐 줄 게요. 야, 니네 선생님이 욕했다고 소문내지 마.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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