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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셋째 날, 자연에 압도당하다

뉴질랜드 밀포드사운드

by 다정

둘째 날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밀포드 사운드를 가는 날이다. 밀포드 사운드까지는 편도로 4시간이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설 예정이었다. 평소에는 잘 챙겨 먹지 않는 아침이지만 여행에서는 챙겨 먹고 싶어 진다. 마트에서 산 빵에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그라인더로 자른 치즈를 얹어 나름대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는데 바질페스토의 역할이 컸다. 아침 7시 40분 우리는 숙소를 나섰다. 어제의 운전연습 덕분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숙소 바로 앞에서 보이는 설산은 여전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고 퀸즈타운을 나간 직후부터 보이는 풍경도 정말 예뻤다. 이건 12월 달력, 저건 5월 달력 사진이라며 이야기했는데 그만큼 소장하고 싶은 풍경이 많았다. 뉴질랜드 공무원들도 자기네 자연을 많이 자랑하고 싶은지 ‘뷰포인트까지 몇 m 전’이라는 표지판을 많이 세워뒀다. 표지판을 지나면 곧 정차할 수 있는 자리가 도로 옆에 생기는데 우리는 상경한 시골 사람들처럼 내려서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다.


뉴질랜드에서 신기한 점은 진짜로 사람보다 동물이 많다. 온통 양 아니면 말 아니면 소였다. 우측에도 양, 좌측에도 양이 보이면 '좌양우양'이라며 말장난도 쳤다. 히치하이킹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직선도로와 저 멀리 구름모자를 쓴 산까지 진짜 외국이구나 싶었다. 모든 풍경이 멋있어서 차에 거치해 두는 카메라를 빌려올 걸 싶었다. 요즘 구도는 세로이지만 가로로 담기는 웅장한 풍경이 많았다. 물론 다 담기지는 않았다. 장거리 운전에는 음악이 빠질 수 없어 노래도 틀었다. 유튜브에 누가 만들어 놓은 <뉴질랜드>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해 들었는데 KISS를 비롯한 올드 록 밴드 음악이 많았다. 막히는 것 없이 시원한 풍경을 거친 노래와 함께 들으니 정말 잘 어울렸다.


엄청난 자연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이전과는 규모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밀포드 사운드가 있는 ‘피오르드 국립공원’이 시작된 거다. 흔히 보이던 양들이 안 보이고 장관이 펼쳐졌다. 이제껏 감탄하며 봤던 풍경이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듯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풍경이 나왔다. 공룡이 살 것 같은 산, 보리를 풀어놓고 싶은 넓은 들판 앞에 멈춰 CG가 아닐까 한참을 넋 놓고 봤다. 이미 턱은 벌어지다 못해 떨어진 상태였지만 밀포드 사운드는 얼마나 더 놀라울지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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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쳐 고불고불 산길을 내려가 조금 더 달리니 밀포드사운드에 도착했다. 주차장 바로 앞에는 작은 휴게소가 있었는데 음식도 팔고 크루즈 예약도 가능했다. 2시 30분 크루즈 티켓을 예매하고 토마토 수프와 따뜻한 샌드위치, 차이라테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바람이 찼기 때문에 따뜻한 토마토수프가 너무 든든했다. 건더기를 가득 채워 뜨길 잘했다 싶었다. 차이라테는 여행을 준비하며 유튜브에서 봤던 메뉴라 궁금해 시켜봤다. 밀크티인데 시나몬보다 향신료 향이 나서 독특했다. 점심을 먹는 동안 오빠에게 일 연락이 왔다. 오빠가 잠시 이를 처리하는 동안 나는 인스타를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공유하고 싶은 풍경이 너무 많지만 사진을 고르고 업로드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의 시간만 투여하자는 다짐 하에 자랑하고 싶은 사진을 몇 장 업로드 한 뒤, 크루즈를 타러 갔다.


밀포드 사운드는 어마어마했다. 출발 전부터 압도적이었고 어떻게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풍경이 이어졌다. 저 멀리 바다로 나가는 동안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풍경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이겨냈다. 양 옆의 높은 돌산이 사이로 종종 폭포가 떨어졌는데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선장님이 영어로 밀포드에 대해 설명해 줬는데 거의 알아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3층에서 한참 동안 풍경을 즐기다 2층, 1층을 구경하러 내려간 사이 크루즈는 폭포로 향했다. 일부러 방수가 되는 옷을 챙겨 입고 왔기에 오빠랑 맞으러 나갔다. 옷이 젖으면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함께 해서 재미있고 웃음만 났다. 모든 걸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역시 여행의 묘미이다.


한참을 나가 돌산이 끝나고 가릴 것 없이 바다가 펼쳐졌는데 옛날 항해자의 심경이 어렴풋이 짐작됐다. 들어오는 길에 바다표범과 펭귄도 봤다. 우리를 서운하게 하지 않으려는 듯 딱 두 마리씩 있어 반가웠다. 돌아오는 길에도 폭포를 맞았는데 크기가 훨씬 커서 나 혼자 맞으러 나갔다. 더욱 쫄딱 젖었지만 언제 이런 경험이 있을까 싶었고 바로 옆에 폭포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함께 하는 걸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풍경이 멋있어서 감탄하고 사진 찍고 하다 보니 금방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게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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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시간이 조금 지나서 걱정이었지만 그보다 더 걱정은 차에 처음으로 기름을 넣어야 한다는 거였다. 우리의 첫 주유계획은 가득이다. 가득 채워 기름통 양고 앞으로의 주유 양을 보기로 했다. 뉴질랜드에서 가득은 250달러를 선결제해 기름을 가득 넣고 그 양만큼 한 번 더 결제 후 선결제가 취소되는 방식이다. 주의사항이 많은 방법이라 긴장했고 결제부터 어려웠다. 1번인지 2번인지 골라야 하는 질문이 많았고 결제하려니 우리가 사용하던 카드는 설정한 적도 없는 비번을 입력해야 했다. 수수료를 각오하고 오빠 카드로 결제했는데 영수증이 나오지 않았다. 주유는 했지만 선결제된 금액이 언제 어떻게 처리되는지 몰라 작은 걱정이 생겼다. 이 250달러는 앞으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골칫거리다. 와중에 오빠는 앞으로의 주유 양과 금액을 금방 가늠했다.


구경과 주유를 마치고 4시 40분쯤 밀포드에서 출발했다. 밀포드로 갈 때는 멋진 풍경이 많아 구경하며 간다고 5시간 반이나 걸렸지만 돌아갈 때는 최대한 멈추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내일도 멀리 이동하는 일정이라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열심히 달려 해가 질 때쯤 퀸즈타운 입구에 도착했다. 숙소 근처에 오니 9시 해가 다 졌다. 도착해서는 열심히 운전한 오빠에게 먼저 씻으라고 하고 내가 저녁을 준비했다. 스테이크와 야채, 어제와 똑같은 재료였지만 그라인더를 이용해 당근을 갈고 고기 위에는 치즈를 뿌리며 약간의 변주를 줘봤다. 아직은 물리지 않는 고기를 맛있게 먹고 내일을 위해 곧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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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이야기책 제작을 위한 질문>

Q. 현지에서 가장 처음 맛본 음식은 무엇이었나요?
Q.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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