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가는 길, 근데 오열을 곁들인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러 갔다. 비행시간이 조금 빡빡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서둘러 움직였는데 김해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오히려 여유로웠다. 신부 화장, 신랑 화장을 한 채로 옷만 편하게 갈아입은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로 결혼식이 끝났구나를 실감했다. 김해에서 김포로, 김포에서 인천으로는 헤매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는데 수화물을 부치는 데에서 게이트까지 3시간이 걸린다며 겁을 줬다. 인천 공항에서 샤워를 할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세수를 네 번이나 해서 얼굴만 개운하게 비행기에 탔다.
우리의 경로는 인천에서 호주 브리즈번, 브리즈번에서 뉴질랜드 퀸즈타운으로 가는 거였다. 인천에서 브리즈번까지 9시간이나 걸리는데 자리가 불편해서 3번이나 깼다. 그 사이 비행기 안에서 해 뜨는 걸 보고 책도 읽고 다시 잠들었다. 조금 불편했지만 긴 시간 동안 설렘이 더 컸다. 브리즈번에 도착하는 시간과 퀸즈타운으로 가는 비행기 사이 간격은 3시간 정도였다. 예매할 때 긴가민가했지만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악명 높은 젯스타답게 조금 늦게 도착했고 수화물을 찾자마자 출국 수속을 밟으러 허겁지겁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로 갔다. 체크인 기계 앞에서 오류가 나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금 기다리라며 우리를 내버려 뒀다. 그렇게 10분이나 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이 촉박해 가서 한 번 더 물어보니 잊었다며 그제야 체크인 수속을 도와주려 했다. 그러더니 시간이 늦었다며 안된다고 했다.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믿으며 허니문이라고도 밝혔지만 단호하게 ‘NO’라는 말만 들었다. 이번 경로는 실수로 AIRPAZ라는 대행사에서 예매한 항공권이었다. 그때부터 속을 썩였는데 역시 그 덕에 환불도 못 받고 쌩으로 항공권을 날리게 되었다. 한국이라면 티켓만 봐도 긴급건이라 생각했을 텐데 곱씹을수록 이해가 안 되고 너무 서글퍼져서 오빠 앞에서 오열했다.
샤워실부터 비행기까지 차곡차곡 불행이 쌓이는 기분이라 감정이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오히려 좋아, 괜찮아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너무 속상했다. 한참을 오열하고 나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오늘 중 퀸즈타운으로 가는 비행기는 없었고 내일 오후 비행기는 한 좌석에 이백만 원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한 나에게 오빠는 오늘 오후에 크라이스트처치로 갔다가 다음 날 새벽에 퀸즈타운으로 가는 방법을 제안했다. 비용은 둘이 합쳐 백오십만 원이었다. 피곤할 오빠에게 빨리 휴식을 주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이게 나은 방법 같았다. 신혼여행이지만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하루 노숙을 결정했다. 이것마저 잘못되는 건 아닌지 비행기를 덜덜 떨며 예매하고 렌터카와 숙소가 노쇼로 처리될까 봐 로밍까지 해서 연락했다. 다 놓고 쉬고 싶었지만 크고 중요한 일들이 많아 정신력으로 꾸역꾸역 해냈다. 결정하고 나니 이제는 정말로 씻을 때가 되었다. 다행히 브리즈번 공항에도 샤워실이 있었다. 화장실에 있는 간이 샤워실이었지만 이게 어디냐며 한 사람씩 샤워를 하러 갔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10월 27일 점심,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빠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신혼여행은 이제 시작이라고 나름대로 즐기려고 노력했다. 대신 공항 밖을 나가지 않고 공항 구경을 실컷 하며 얌전히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 와중에도 시간을 그냥 보내기 싫어 이북리더기로 채식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크라이스트처치행 비행기를 무사히 탔다. 더 다행인 사실은 오빠가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며 하루의 여유를 두었다는 거다. 하루가 미뤄졌지만 여행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오빠 덕분에 이 어지러운 상황을 버틸 수 있었다.
<신혼여행 이야기책 제작을 위한 질문>
Q. 신혼여행지는 어디로 얼마동안 갔다 오셨나요?
Q. 신혼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기대한 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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