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슐랭 3스타 마막
오늘도 역시 투어의 날이다. 포트스테판이 블루마운틴보다 더 멀리 있는지 집합 시간이 어제보다 더 일렀다. 6시 반에 숙소에 나서 10분 거리의 아쿠아리움 앞으로 갔다. 어제는 커다란 다마스였다면 오늘은 큰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예약 사이트에 나와있는 일정은 돌고래구경, 샌드보딩, 와인시음 순서였지만 가는 도중에 순서가 바뀌어 와인시음, 돌고래구경, 샌드보딩 순이 되었다. 가이드 말로는 우리가 들릴 와이너리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예약했다며 공간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순서를 바꾸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마시는 와인도 좋겠지만 아침 일찍 와인을 마시는 게 여행 중인 것 같아 더 좋았다. 확실히 로컬 와이너리이기 때문에 공간이 넓은 듯 좁았고 우리는 기차놀이 하듯 한 줄로 서서 원을 그리며 와인을 한 잔씩 마셨다. 총 다섯 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전부 맛있었다. 나는 마지막 커피를 넣어 만든 진 ‘Darkside’가 맛있었고 오빠는 4번째 ‘Tawny port’가 맛있다고 했다. 시음이 끝나고는 당연히 구매를 위한 시간도 있어 오빠와 진지하게 논의했다. 너무 맛있지만 평소에 우리가 술을 잘 마시지도 않고 선물할 데도 딱히 없다고 느껴 과감하게 패스했다. 하나 사고 선물할 곳을 찾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투어가 끝나고야 들었다.
그러고는 바로 돌고래를 보러 갔다. 포트스테판의 뉴캐슬은 노후를 보내러 오는 작은 시골 마을이고 그 앞의 넬슨 베이에는 많은 돌고래가 서식한다고 했다. 하지만 돌고래를 보는 건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라 기대되면서도 걱정되었다. 크루즈를 타고 바다에 나가 돌고래를 기다리는 시간이 의외로 힐링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주변은 조용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차지 않아 쉬는 시간 같았다. 2일 연속으로 투어를 하며 괜히 조급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 시간 동안은 많은 소란과 시끄러움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이 정도로 만족한 마음 때문일지 돌고래는 보지 못했다. 약간의 아쉬운 마음도 털어버리고 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여행의 중반이 지나 고추장이 먹고 싶을 때라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오빠랑 나랑 식당에 들어가셔서는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한식이 그리운 지 몰랐는데 막상 먹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밥을 먹고 마지막 일정인 샌드보딩을 하러 갔다. 샌드보딩을 하러 가는 곳은 사막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 사구라고 했다. 얼마나 많은 모래가 바다로 밀려왔으면 사막처럼 보일까 싶어서 가는 동안 궁금한 마음이 더 커졌다. 샌드보딩을 하는 장소까지 들어가기 위해 오프로드 차를 갈아타야 했는데 그러고도 꽤 들어갔다. 도착한 장소에는 정말 모래와 모래 산, 작은 검은색 보드 밖에 없어 영화 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가이드 통솔 아래 커플 사진을 찍고 우리끼리도 사진을 찍으며 놀았는데 어디를 비추더라도 하늘색 하늘과 고운 모래뿐이라 너무 신기했다. 비록 돌고래는 못 봤지만 포트스테판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샌드보딩도 기대보다 더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다. 처음 모래산 위에 도착해서는 사실 너무 가파르고 높아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보드를 타면 10초면 끝나 내려와서는 아쉬웠다. 재미있어서 계속 타고 싶었는데 모래산을 오르는 게 꽤 힘들었다. 5번도 못 탄다는 가이드 말이 무슨 말인지 몸으로 느꼈다. 오빠랑 같이 또 따로 5번 정도 타고나서는 미련 없이 사막 밖으로 이동했다. 나오면서 보니 온몸에 모래였다. 주머니 곳곳에도 모래가 들어가 있었고 팔과 얼굴에도 온통 고운 모래가 다 묻어있었다.
우리를 포함해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약속 시간을 잘 지켰는지 생각보다 일찍 시드니 시내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재량으로 바로 해산하지 않고 시드니를 조금 더 둘러봤다. 자카란다 꽃길 아래에서 꽃을 맘껏 보고 노스하버에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도 한눈에 담았다. 투어도 좋았지만 잠깐의 시간 동안 시드니 여행에서 기대했던 부분을 모두 채워 너무 만족스러웠다. 와중에 오빠가 나를 정말 예쁘게 남겨줬는데 신혼여행 최고의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빠의 사진과 영상에는 나를 얼마나 예쁘게 보는지가 담겨 있는데 그런 오빠를 볼 때마다 나도 오빠의 최고의 사진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멀었지만 얼른 실력을 갈고닦아 오빠를 멋지게 찍어줘야지.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지만 여전히 시간이 여유로워 숙소 근처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저녁은 이서 쌤이 강력 추천한 ‘마막 mamak’을 가기로 했다. 마막은 말레이시아 음식점인데 거기서 파는 티슈를 추천받았다. 규모가 꽤 큰 가게였고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볶음밥을 시작으로 티슈와 고기가 나왔다. 오빠는 볶음밥을 먹더니 운슐랭 3스타라고 했다. 운슐랭 3스타는 뭐냐고 물어보니 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볶음밥이라고 했다. 내 입에도 정말 맛있었다. 볶음밥의 감칠맛을 어떻게 낸 건지 알아낼 수도 따라 할 수도 없는 맛이었다. 기다린 시간보다 더 빨리 흡입하며 우리는 내일 점심도 마막에서 먹자고 약속했다. 티슈는 얇은 종이 같은 도우였는데 겉에 설탕이 발라져 있는지 달콤했다. 요리와 후식으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요리로 주문하니 티슈를 찍어먹을 수 있는 세 가지 소스가 나왔다. 바삭한 식감과 카레인 듯 아닌듯한 소스가 별미로 잘 어우러졌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어도 정말 맛있을 것 같다. 고기에 양념도 너무 잘 베여있었는데 꾸덕한 기름 양념이 매콤해서 티슈와 밥을 당기게 하고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나선 젤라토를 먹으러 갔다. 시드니 시내 지도에 저장해 둔 곳들은 신세경 브이로그를 보고 저장해 둔 가게라 맛이 보장되어 있을 것 같았다. 녹차와 초코, 팥과 홍차로 한 컵씩 골랐는데 역시 맛있었다. 젤라토를 먹으며 숙소 근처 골목을 걷는데 배가 가득 차서 그런지 모든 풍경이 예뻐 보였다. 이 순간, 오늘 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신혼여행 이야기책 제작을 위한 질문>
Q. 상대와 나눈 대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이었나요?
Q. 신혼여행지에서 가장 보고 싶은 풍경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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