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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마지막 날, 시드니 미래를 걱정하다

by 다정 Feb 11. 2025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도 온전한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푹 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꽉 차오를지 몰랐다. 아니다, 그냥 쉬는 게 아니라 그럴 거다. 좋은 숙소에서 그 어느 걱정도 없이 편하게 쉴 수 있어서 마음이 차올랐다. 아침은 간단히 먹고 소파에서 함께 책을 읽었다. 나의 이북리더기가 뉴질랜드에 있었기 때문에 오빠가 가져온  <불변의 법칙>을 함께 읽었다. 같은 책의 같은 페이지를 읽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점이 많은 책이었는데 읽다가 느낀 점을 바로바로 공유할 수 있었다.


평화롭게 책을 읽다가 수영을 하러 갔다. 어제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땐 생각보다 수심이 깊어 덜컥 겁이 났었다. 1.2m로 시작해 도착하는 지점에선 1.8m가 되어 발이 닿지 않았다. 오랜만의 수영인데 무서워 몸까지 굳으니 놀기 어려웠다. 이러다 수영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아닌가 싶어 오늘은 무조건 마음 편하게 놀고 오자고 결심했다. 오전에는 청소시간과 겹쳐 왔다 갔다만 몇 번 했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수영을 하러 갔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오빠랑 수영 대결도 하며 놀았는데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놀아서 너무 재미있었다. 수영이 끝나고는 바로 옆에 사우나랑 스파도 하며 마지막 밤까지 여유롭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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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는 진짜 마지막 날, 탑승 시간이 일러 체크아웃 시간보다 일찍 나왔다. 신혼여행의 막바지라는 게 아쉬워 지하철을 타러 가는 사이에도 주변을 열심히 구경했다. 멋진 높은 건물부터 아기자기한 주택과 초록색 공원을 구경하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호주 햇살도 느꼈다. 공항에는 여유롭게 도착했지만 창구에 가니 우리보다 빠른 탑승객이 많았다. 역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답다. 한 비행기에 타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체크인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이 때는 몰랐다.


체크인하고 바로 출국수속을 밟으려 했는데 우리 옆에 긴 줄이 있었다. 젯스타 창구는 공항의 끝에 있어서 이 줄이 출국 수속을 위한 줄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 싶었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해 보자며 줄의 끝까지 가봤다. 한참을 걸어 끝에 도착했는데 출국 수속을 위한 입구가 있었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는데 어쨌든 돌아가서 줄을 서야 했다. 다시 줄을 따라 걸었는데 얼마나 길어졌는지 줄이 끝나질 않았다.


우리가 줄을 확인하기 위해 걸어올 때까지만 해도 ㄴ자였던 줄이 ㄷ자로 늘어나 가로질러 오는 게 빨랐을 정도로 길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줄을 서서도 어이없고 화가 났다. 비행 스케줄이 어제 나온 것도 아닐 텐데 몇 명이 탑승하는지,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를 공항에서 관리를 안한다고 느껴졌다. 입구를 하나만 둔 것도 이해가 안 되었다. 공항은 국가의 첫인상이자 마지막 인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 만들었을 것이라 믿어왔기에 시드니라는 유명하고 큰 도시의 공항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기다리면서 화를 내고 체념하다 시드니의 미래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검색해 보니 시드니 공항은 혼잡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27년에 새로운 공항이 완공된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다. 어떤 소식도 헛헛한 마음에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ㄷ의 줄이 ㄹ이 되는 동안 미약하게 움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으로는 출국 수속이 불가능했다. 결국 ㄴ쯤 왔을 때 "1시 체크인 마감인 사람들은 앞으로 가!"라는 공항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뛰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도착한 공항에서 이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비행기에서 9시간이나 있어야 하는데 화장실도 급하게 들리고 자판기에서 초콜릿 바 하나만 겨우 살 수 있었다. 최악의 공항. 호주와 뉴질랜드에 또 오고 싶었는데 27년 이후에 와야겠다. 우리는 결국 비행기에서 식사와 맥주를 사 먹고 인사이드아웃 2도 결제했다. 비행기에 내내 타고 있으니 조금 어수선했던 마음이 정리되었다. 어제같았던 결혼 사진부터 신혼여행사진까지 아직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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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이야기책 제작을 위한 질문>

Q. 마지막 날, 날씨는 어땠나요?
Q. 이때까지 머물렀던 숙소 중 인상 깊은 숙소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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