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왈라비 캥거루 코알라 최고야
오늘은 일일투어에 참가할 계획이다. 호주 시드니 여행을 검색하니 블루마운틴과 포트스테판 두 가지 투어가 많이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중에 오늘은 ‘블루마운틴’을 보러 간다. 투어 코스에는 쿼카를 볼 수 있는 페러데일 동물원도 포함이라 너무 기대됐다. 우리는 커다란 다마스 같은 차를 타고 페러데일 동물원으로 이동했다.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했고 가이드의 팁을 따라 곧장 쿼카를 향해 갔다. 쿼카를 보러 가면서 담장이 낮아 자유롭게 이동하는 다른 동물들을 봤는데 우리나라랑 비교되면서 훨씬 나아 보였다. 쿼카 우리에 도착하니 한 가족 같아 보이는 쿼카 무리가 가운데 모여 있었다. 우리는 먹이를 손에 올려 어떻게든 쿼카를 보려고 꼬셨다. 쿼카는 생각보다 꼬리가 길고 웃고 있지 않았다. 아래에서 봐야 웃상인데 그걸 보기 힘들었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 혼자 동떨어진 쿼카를 먹이로 유인하는 등 우리만의 사투를 펼쳤다. 오빠의 노력 덕분에 직접 먹이를 주기도 했는데 내 손가락을 잡고 야무지게 밥을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달아날까 봐 털을 쓰다듬지는 못하고 손가락만 만졌다.
동물원이 생각보다 커서 쿼카 말고도 볼 친구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봐도 진돗개인 동물도 있고 작은 캥거루와 왈라비라는 녀석도 있었다. 털을 쓰다듬기도 했는데 캥거루와 왈라비 둘 다 보리처럼 턱 밑을 긁어주는 걸 좋아했다. 귀여운 포유류 녀석들은 좋아하는 부분도 비슷하구나 싶어 너무너무 귀여웠다. 하루에 4시간만 깨어있다는 코알라의 느릿느릿하게 업히러 가는 모습과 유칼립투스를 먹고 술에 취한 듯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펭귄과 공룡 같은 새에게도 먹이를 주며 야무지게 동물원을 즐겼다. 블루마운틴으로 이동하며 오빠가 찍은 쿼카 영상을 봤는데 웃상 쿼카가 잘 담겼다. 오빠는 이를 캡처해 투어 단톡방에 공유하며 뿌듯해했는데 나는 그런 오빠가 귀여웠다.
얼마 가지 않아 블루마운틴이었다. 원래 투어 일정은 링컨스락을 보고 내려오며 세자매봉을 보는 거였는데 구름이 껴 있어 일정을 역순으로 수정했다. 블루마운틴에 도착해 처음 내린 스폿은 말 그대로 블루마운틴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도 신기했지만 그 위의 파란 아지랑이가 더 신기했다. 유칼립투스에서 나오는 산소가 푸르게 보이는데 이 산에 유칼립투스가 많아 블루마운틴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원리를 알더라도 계속 쳐다보게 되는 신기한 풍경이었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오래도록 보지 못했다. 이후에는 작은 마을에 들러 베트남 쌀국수와 튀긴 두부와 밥을 먹고 세자매봉으로 향했다.
세자매봉은 봉우리 세 개가 자매처럼 모여있는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세자매봉도 신기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그 뒤의 끝없이 펼쳐진 평야였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넉넉한 자연인심이었다. 세자매봉을 본 뒤에는 시닉월드(옛날 광부들의 이동수단을 어트랙션으로 만든 곳)나 자유시간 중 선택이었는데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알려준 트레킹 코스에 폭포가 있어 그쪽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다. 마음 속으로 밀포드 사운드의 폭포와 비교했던 거 같다. 그래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주변의 나무와 풀도 관찰하며 보냈다.
약속 시간에 맞춰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여기서 제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공원에 엄청 많은 앵무새가 있었고 사람들은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오빠가 그 모습을 보고 지나칠 리가 없었고 숙소에서 가지고 나온 퍽퍽한 과자로 앵무새를 유인했다. 나는 어깨에 올리는 것도 무섭던데 오빠는 앵무새 흑마법사가 되어 양팔에 두 마리씩 앵무새를 거닐었다. 오빠가 준 과자가 가장 맛있었던 건지 봉지소리만 내면 오빠 주변으로 앵무새가 날아왔다. 신혼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웃은 순간이다. 오빠는 쉰다고 건너편으로 가서도 쿠크다스로 앵무새를 유인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장난꾸러기가 된 오빠를 말리다가 웃겨서 그냥 두었다. 한참을 웃다가 앵무새가 하나도 신기해지지 않을 때쯤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 링컨스락으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날이 개어 맑은 하늘 아래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오빠는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서 포즈를 취하면서도 장난을 쳤다. 다른 사람들도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해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내려서는 또 바쁘게 움직였는데 저녁에 스냅촬영이 예약되어 있었다. 숙소에서 피로연 옷으로 갈아입고 우버를 타고 천문대로 향했다. 노을이 지기 전 천문대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처럼 옷을 갖춰 입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곧 스냅작가님과 만나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웨딩촬영과 결혼식까지 거쳤기 때문에 사진 촬영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느낌’을 살리기 어려웠다. 우리가 예약한 업체는 라라랜드 느낌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업체로 우아함이 필요했다. 그런데 허리를 그렇게 꺾거나 멋진 표정을 지어본 적이 없어 너무 어려웠다. 동작도 자신이 없었지만 머리와 화장도 직접 해서 예쁘게 나올지 문득문득 걱정되었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경험은 너무 좋았다. 덕분에 멋진 시드니의 스폿도 발견하고 신혼여행 기분이 물씬 났다. 스냅작가님과 오빠의 공통점도 여럿 발견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상도 참 좁구나 싶었다. 천문대에서 시작해 더 록스를 지나 오페라하우스 건너까지 야무지게 사진을 찍고 촬영을 마무리했다.
<신혼여행 이야기책 제작을 위한 질문>
Q. 신혼여행 중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있었나요?
Q. 오늘 하루 상대에게 고마웠던 순간이 있나요
Copyright ⓒ 2024 The Newment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