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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의주도 미세스 신 Apr 05. 2021

생파하기 좋은 달

언제 아기를 만들고 언제 태어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편과 나의 학창 시절 경험과 직장(고등학교 교사) 생활에서의 느낀 점을 바탕으로 선택하였다.


우선, 남편은 상반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더 유리한 점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가는 7-8세에는 발육의 차이가 크고 이는 교실에서 '대장'을 하기에 유리하다는 것, 그리고 어릴 때부터 대장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칭찬을 많이 받고, 평생 대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여기서 대장이란 반장이나 리더와는 약간 다른 개념인 듯했다.)


이 주장에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11월 12월 생보다는 1월, 2월생을 선호한다. 요즘에는 학교에 빨리 들어가지 않는 추세라 더욱 그렇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아기의 생일은 1월에서 6월 사이로 좁혀졌다.


1월과 2월은 방학이라는 점이 출산을 하기에는 무난하나 매번 생일이 방학이었던 남편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뭐 학급 친구들을 불러 모아 '생일잔치'를 하던 우리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게다가 나는 추운 때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다.


3월은 학기의 시작이고, 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교사인 나에게 어쩐지 3월은 나에게 긴장감과 피로감을 준다. 새 학기의 시작에 아직 서먹한 친구들과 우리 아기가 과연 '생일잔치'를 할 수 있을 것인가도 걱정이었다. 파티와 모임은 인생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월은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이다. 나는 완연한 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태어났다. 4월은 꽃이 피고 날씨도 적당하고 모든 것이 적당한 때라고 생각해왔다. 그동안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나만의 통계에 따르면(전혀 논리적이지 않으며 미신에 가까움) 4월에 태어난 학생들이 성격이 좋고, 비교적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나는 내 생일마다 늘 시험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5월은 그야말로 가장 완벽하게 느껴졌다. 쉬는 날도 많고, 놀기에 좋은 날씨이며 게다가 옷차림도 가볍고 이래저래 신나는 일이 많은 달이다. 그리고 대학 때 가장 친했던 친구 L의 생일이 5월이었는데 그녀는 늘 입버릇처럼 "나는 내 생일이 5월이라 참 좋아!"라는 말을 했었다. 그녀 덕분에 막연하게 5월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6월부터는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다. 아기들의 여름은 왠지 힘들 것만 같았다. 일단 땀띠가 나거나 태열이 생길 수 있고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자기 힘들 수 있고, 모기도 아기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6월부터 8월이 가장 더울 텐데 이 시기를 신생아와 보내기엔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4월~5월 출생을 목표로 아기를 만들기로 하였다. 정하고 보니 우리가 아기의 생일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우습게도 '친구들과 생파하기 좋은 달'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아기가 태어나는 때를 가지고 고민을  것이다. 나름의 이유로 계획을 세울 것이다. 태어날 달을 정하는 것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인 것 같다. 왜냐하면 생파는 언제 해도 너무나 즐겁기 때문이다.


비록 아기를 계획하던 때에는 그 모든 게 아기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오만한 생각은 점점 바뀌어가고 있었다.


꼬맹아, 엄마가 해보니까 생파는 아무리 해도 질리지가 않더라!


<남편의 참견>

인생이 마음대로 되면 그게 인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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