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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구하는 법 실전편 - 개인사업자대출/반포장이사

by 비잉벨

작업실(作業室), 일을 하는 방. 표준국어대사전 기준 뜻풀이는 이렇다. 영어로 스튜디오나 워크룸, 프랑스어로는 아뜰리에가 비슷한 뜻이다. 공간을 별도로 마련할 만큼 뭔가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뜻일까? 그렇지만 내 작업실은 그런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장의 생존, 자기 돌봄을 위한 공간이었다.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늘어난 책, 가구들을 수용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센스스틱 피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집에는 강아지가 있어 불가능하니 그런 리추얼을 할 만한 공간을 위해, 나 자신에게 쉴 틈을 내어주기 위해 작업실을 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다. 이사 준비, 외주 입금 지연 등으로 돈이 묶여 나에게는 가용 현금이 단 50만원밖에 없었다. 마음에 드는 작업실 매물은 보증금 500에 월세 30만원이었다.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대출 조회를 했다. 사업자를 낸지 몇 년 되었고, 매출은 별로 없으나 신용도 하락에 저하될 만한 행동은 안 한것 같은데... 다행히 즉시 50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대출 금리는 약 9%였다. 이제 내게 가장 유리한 방식의 상환 방식과 기간을 정하면 된다. 한달 후면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아 목돈이 생기므로 바로 상환한다는 조건 하에 가장 낮은 이자를 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 원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정하고, 대출기간을 5년으로 한 다음 1년 거치기간과 4년 분할상환 옵션을 걸었다. 대출 실행하기 버튼을 누르니 거짓말처럼 통장에 500만원이 입금되었다. 이전에 학자금 대출이나 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아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통장에 바로 꽂히는 대출이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이렇게 무사히 월세 보증금을 마련해 부동산에서 계약을 했다. 상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내가 5년간 총 내야하는 이자는 451,644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실제로 한 달 안에 상환했으므로 실제로 내가 낸 이자는 단 3만 5천원이었다.

이사는 20여일 전부터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동생과 함께 살던 집에서 부모님 댁/작업실 두 군데로 짐을 나눠 옮겨야 하는 미션이었다. 처음 해보는 까다로운 이사였기에 짐을 어떻게 나눌지부터, 어떤 이사업체에 맡겨야 할지까지 하나하나가 막막했다. 주변에서 몇 번 이름을 들어본 ‘짐싸’ 어플을 이용했다. 성격이 까다로운 편이라 직접 포장을 꾸리고 싶어 반포장이사를 선택하고, 짐 목록을 정리한 뒤 견적을 올렸더니, 무려 10군데 업체에서 견적서를 보내왔다. 이사 짐을 입력할 때 가전제품, 가구 항목을 하나씩 선택해서 추가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경유지 추가 기능’이 있어서 이번처럼 두 곳으로 짐을 나눠야 할 때 매우 적합한 기능이 있었다. 가격과 후기 등을 꼼꼼히 비교해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사장님의 견적서를 채택했고, 어플 안에서 바로 사장님과 메시지, 전화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번거롭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플랫폼 이용하면 왠지 마음속으로 '아 사장님 플랫폼 수수료 많이 떼시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수수료 구조가 아니라 입점 자체 비용 구조인지 결제를 현장에서 바로 사장님에게 할 수 있어서 그런 죄책감이 덜했다.




공간을 구하고 짐을 옮겨다 두었다. 전기와 가스, 수도를 연결하는 전입신고를 마쳤다. 함께 작업실을 쉐어하는 친구 지연과 작업실 이곳 저곳을 열심히 쓸고 닦았다. 5.9평의 작은 평화가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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