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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Apr 20. 2020

우리 복덩이

김자까의 85번째 오분 글쓰기

사연: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아무리 긁어도 안 되는데 실제로 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건지…

사연 주신 분: 하기랜드님


오분 글쓰기란 덧글로 사연을
남겨주신 분의 이야기를 각색해 짧은
글쓰기 영상을 제작해 보는 프로젝트
입니다.
많이 신청해 주세요^^


오분 글쓰기 시작->

어느 날 갑자기 왼쪽 눈이 아프기 시작했다.
눈을 비비자 근처가 점점 끈적해지면
서 감각이 없어졌고 다시 코가 가려워
재채기를 하자 뭔가 툭 하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내 눈알이었다.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하루를 보내는데 이틀째가 되어 이 사태를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고 고민에 빠졌다.

 '제가 재채기를 했는데 눈알이
빠졌습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울지 마라 종학아 또 하나 빠질라'

그래 엄마라면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침착하자.
살면서 이것보다 더 특이한 일도 많이 겪었잖아?

일단 당황하지 말자. 방법을 찾아보자.
나는 침착히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창을 켜고 눈알이 빠졌을 때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
엔터를 치자 눈이 빠졌을 때의 해결
법이 주르르 쏟아졌다.

그리고 어느 특이한 물건을 파는 상
점에서 복눈이라는 상품을 발견했다.
눈이 빠졌을 때의 다양한 해결책으로
최대 추천을 받은 대답에
'복눈을 껴넣으면 됩니다'라는 해결
책이 있었는데 링크를 여니
이 사이트로 바로 연결이 된 것이다.

복눈이라는 상품은 사람 눈동자에
검은 동자 대신 복이라는 글자가 한
문으로 적힌 장난감 눈알이었다.
나는 그 상품을 클릭해 장바구니에 담았다.

눈알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눈을 착용하면 복이 보입니다.
눈 하나 없는 게 무슨 상관!'

배송을 누르자 총알 배송이라 쓰여
있기는 했지만 1시간도 안 돼서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무언가 우리 집
문을 가격했다. 문을 여니 택배가
있었다. 상자를 뜯어 상품을 살폈다.

정말 잘 만들어진 눈이 보인다.
동봉된 끈적한 액체를 복눈에 바른 후
지금은 비어있는 왼쪽 눈썹 밑에
눈알을 쏙 집어넣었다.

물컹하고 들어간 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게 이런
뜻이었을까?

그런데 장난감 눈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정말 복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 앞의 사물들 주위로 노란빛이 맴돌았는데 직각점으로 나는 그 빛이 복의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탄성을 지르고 나는 복권 가게로 갔다
그리고 복권 가게 문을 열었다.
주인이 수상하게 볼까 싶어 손을 들어
가리고 복권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수많은 복권들에는 노란빛이 하나도
비치지가 않았다.

이후로도 여러 동네를 찾아다녔지만
복이 붙은 복권을 한 장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역시 그렇군.
복눈이 없었으면 또 수 없이 돈만 날릴 뻔했다.
그럼 대체되는 복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 당첨되는 복권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 거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길을 걷는데
길가에 노란빛이 보였다.
살펴보니 누군가 씹다 뱉은 껌이었다.

땅에서 껌을 주었다.
좀 더 걷자 전깃줄 위 새에게서 복이 보였고
그 위의 구름에도 복이 끼어있었다.
또 길가 쓰레기통에도 복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나는 이 참에 큰 봉투를 사서 복이
붙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는데
근처 공터에 새와 구름을 보며
연신 감탄을 했다.
멋지다. 그러니까 자연이 바로 복이라는 건가?
시적이구만.
그럼 이 쓰레기는 대체 뭐지?
재밌는 장난감이네.

나는 봉투 가득히 찬 쓰레기를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저녁이 됐고 집 앞 쓰레기 장에 봉투
를 내려놓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엉터리 눈을 빼기 위해 거울을
보는데 갑자기 빛이 쏟아져 쳐다볼 수
가 없었다.

내 온몸에서 복의 빛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빛은 얼마나 강렬한 지 내 모습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눈이 부셔 눈알을 도저히 빼내지 못한
나는 마침 도착한 엄마의 카톡 메세지
를 보고 모든 시름을 잊었다.
그래 눈알이고 복이고 그게 다 무슨 상관인지.
그냥 자자.
나는 어차피 최고의 행운아인데.

'우리 복덩아, 눈은 괜찮니?'


오분 글쓰기 끝


제목: 우리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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